"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질곡 많은 삶"

2007-05-12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채 서른이 되기 전에 국내 10대 그룹 총수가 된 한화그룹 김승연(55) 회장은 질곡 많은 삶을 살았다. 재계의 젊은 피로 각광 받다 하루 아침에 '폭력 사건 피의자' 처지로 전락한 김 회장은 한국화약그룹 창업주 故 김종희 회장의 2남1녀 중 장남이다. 한때 재산분배 문제로 법정 다툼을 벌였던 빙그레 김호연 회장이 친동생이다. 김 회장은 경기고를 졸업한 뒤 미국 드폴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유학을 마친 김 회장은 지난 77년 한국화약그룹(現 한화그룹) 계열사인 태평양건설의 해외수주담당 이사로 취임했다. 그룹 계열사에서 본격적인 '2세 수업'에 돌입한 것. 김 회장은 1981년 선친이 별세하면서 29세의 젊은 나이에 한국화약그룹 회장에 취임한다. 착실하게 2세 수업을 받던 20대 청년이 졸지에 국내 10대 그룹의 총수가 된 것이다. 우려 반 기대 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김 회장은 그러나 특유의 저돌적인 경영 방식으로 30여년 간 한화그룹을 이끌어왔다. 김 회장은 창업주 시절보다 20배 이상 한화그룹의 규모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한화그룹 자산 규모의 두 배를 웃도는 대한생명을 전격 인수해 정상화시킨 것은 그의 역동적인 경영 방식을 말해 주는 단적인 예.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갖춘 '카리스마형 CEO'란 평가 외에 직원들의 안위를 살뜰하게 챙기는 '인간적인 리더'란 평도 뒤따랐다. 김 회장은 자기 사람을 잘 챙기는 등 '보스' 기질도 다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여위고 40~50대 임직원들에 둘러싸여 그룹을 이끌어야 했던 김 회장은 '강해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유별난 자식 사랑도 이런 강박관념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 의혹을 받고 있는 '보복폭행' 사건에서 엿볼 수 있듯이 '내 자식을 무시하는 것은 곧 나를 무시하는 것'이란 생각이 김 회장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82년 서정화 당시 내무부장관의 딸 영민씨와 결혼한 김 회장은 슬하에 동관.동원.동선씨 등 3형제를 두고 있다. 장남 동관씨는 미국 하버드대를 나와 군 복무 중이며, 막내 동선씨는 승마 국가대표로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 마장마술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번 '보복폭행' 사건은 현재 예일대에 재학 중인 차남 동원씨가 한국에 잠시 귀국한 사이 일어난 것. 해외 명문대에 두 아들이 잇따라 합격하고, 막내 아들은 운동선수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가운데 김 회장은 세 아들들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김 회장은 그러나 내심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차남이 피 묻은 옷차림으로 집에 들어서자 이성을 잃고 폭력을 휘두른 의혹을 받아, 결국 재벌 총수에서 폭력 사건 피의자 신세로 전락했다. 한편 김 회장은 대한생명 인수 과정에서 정치권 로비 의혹이 일어 검찰의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 구속되면서 검찰과의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 회장은 1993년에는 미국에 호화 저택을 구입했다가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47억2000만원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2003년에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 벌금 3000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