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오너 구속으로 '비상경영' 돌입

2008-05-14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구속으로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한화 직원들은 이번 사태가 기업이미지의 훼손은 물론 경영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글로벌 사업의 좌절과 브랜드 이미지의 실추다. ◇'글로벌 뉴 한화' 불똥튈까 한화는 올해 초 새로운 100년을 목표로 새 기업이미지(CI)를 선포했다. 모토는 '글로벌 뉴 한화'로, 글로벌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자는 의지가 담겼다. 신뢰와 존경, 혁신을 의미하는 3개의 원으로 구성된 새로운 CI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었다. 한화그룹이 새 CI 정착을 위해 들인 돈만 해도 300억~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곧바로 1월말 그룹 핵심 임원 50여명과 함께 '해외사업진출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해외사업 진출 프로세스를 체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그룹 전체 매출의 10% 수준인 해외 매출 비중을 오는 2011년까지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보복폭행'이라는 돌발 사태로 인해 한 순간에 공든 탑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화는 그간 추진해온 지주회사 전환과 인수ㆍ합병(M&A) 추진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럽, 중국, 베트남 등 보험업의 해외 진출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아울러 자동차 에어백의 핵심부품인 인플레이터를 생산하기 위해 중국에 진출하려던 한화와 중동 생산설비 설립을 검토하던 한화석유화학도 사업 일정을 재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룹 분위기는 매우 침통했다"면서 "김 회장은 모든 경영 사안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어서 국내외 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상경영체제 가동 한화그룹의 경영 공백은 어떻게 될까. 당장은 영향이 없겠지만 장기적으론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화그룹측은 "각 계열사가 최고경영자(CEO)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을 중심으로 통합 관리하는 만큼 경영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과거 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 등 4명의 부회장단도 김 회장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지배체제 역시 당장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화의 경우 김 회장 개인 지분이 22.64%, 세 아들의 지분이 7.78%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35%를 넘는다. 게다가 이들 외에는 한화의 지분을 5% 이상 갖고 있는 주주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