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이요? ‘살생부’ 다름없는 강제퇴직이었습니다.”
노조, 결재권 없는 김중웅 회장 40여일째 사퇴 압력
차·부장급 노조설립 활동, 단일증권사 2개 노조는 현대증권이 처음
[143호 경제] 현대증권이 ‘복병’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금융노동조합 현대증권지부(위원장 민경윤)가 올 초 선임된 김중웅 회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이어 기존 노조외 차·부장급을 주축으로 하는 또 다른 노조가 설립을 마치고 활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증권사에 가입대상을 달리하는 형태로 2개의 노조가 설립된 것은 현대증권이 처음이다.
노조, 김중웅 회장 퇴진 운동 왜 벌이나.
“별다른 업무도 없이 연봉 4억5천에 결재권 없는 회장 선임은 주주이익에 反해”
현대증권과 금융노조 현대증권지부에 따르면 올 초 현대증권 회장에 선임된 김중웅 씨에 대한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 회장에 대한 노조의 퇴진운동은 4일 현재 40여일.
금융노조 현대증권지부가 달포 가까이 김 회장 퇴진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결재권도 없는 회장 선임은 주주이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
노조 관계자는 “김 회장은 별 다른 업무를 하지도 않으면서 4억5천만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고 있다”면서 “김 회장이 퇴진할 경우 직원 30명이 입사할 수 있는 만큼 신규입사를 확대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이 모 실장은 “김중웅씨가 현대증권 회장으로 선임된 것은 대외활동을 위한 것”이라며 “김 회장이 그동안 재무부(현 재정경제부)등에서 근무하면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발휘할 경우 회사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 회장의 선임배경을 설명했다.
이 실장은 또 “김 회장이 취임한 지 4개월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 얻은 뚜렷한 활동내용은 알 수 없지만 대외활동을 통해 자금유치 등 결과물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그러나 김 회장의 활동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김 회장이 노조에서 주장하는 낙하산인사와는 달리 현대그룹계열사간의 이뤄진 인사인 만큼 ‘낙하산’이란 표현은 무리”라고 밝혔다.
금융노조 현대증권지부는 김 회장이 사퇴할 때까지 퇴진운동을 벌인다는 방침이어서 김 회장의 사퇴압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증권이 가지고 또 다른 복병은 기존 노조외에 또 다른 노조가 설립됐단 점.
새로 설립된 노조의 정식 명칭은 ‘현대증권 노동조합(위원장 한영상, 서울 송파구 거여점 차장)’.
현대증권 노조 한 위원장은 “노조는 지난달 26일 서울지방노동청 서울남부지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음으로써 현대증권, 민주금융노동조합 현대증권지부 등이 대등하면서도 동반자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설립된 현대증권 노조의 특징은 기존 금융노조 현대증권지부가 과장급 이하 직원으로 구성된 것과는 다르게 차장, 부장대우, 부장급 등이 조합원으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중견사원급 노조인 셈이다.
한 증권사에 2개의 노조가 설립돼 있는 곳은 현대증권이 처음이다. 지난 2005년 6월 한국투자신탁과 동원증권이 합병, 한국투자증권으로 출범하면서 한투·동원증권이 각각 하나씩 노조가 있긴 하다. 그러나 단일 증권사에 2개의 노조가 있는 것은 현대증권이 유일하다.
현대증권 노조가 설립된 것은 현대증권의 인사고과 제도를 바꾸고 고용안정을 보장키 위한 것. 노조 한영상 위원장은 “현대증권에 입사한 지 9년차에 들어가지만 그동안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매일일보>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현대증권이 지난해 2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희망퇴직을 요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방으로 발령을 냈다”면서 “발령시기도 6개월에 한번꼴이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구조조정 추진시 180여명 정도가 ‘대상’에 올라 이들에게 희망퇴직을 요구했으며, 희망퇴직 대상자 180명 가운데, 한 위원장을 포함한 16명은 희망퇴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측은 “희망퇴직을 받아들이지 않은 사원에 대해 지난해 2월 말 지방발령을 낸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는 영업실적, 직장내 대인관계 등을 포함하는 평가결과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은 또 “노조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H 모 차장은 평가결과 직원들로부터 ‘같이 근무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영업실적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위원장의 입장은 현대증권과 정반대다. 한 위원장은 “작년 3월 통영에 이어 6~7개월 만에 다시 울산 등의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 현재는 서울 거여점에서 근무하고 있다”면서 “연고도 없는 원격지로 발령한 것에 대해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위반여부를 가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또 “희망퇴직을 받아들이지 않은 15명 가운데 상당수 차부장급 사원들이 대천에서 경주, 해운대에서 부평, 서울에서 안동, 전라지역에서 경상지역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다”면서 “고객을 개발·확보해 일을 할 만하면 ‘인사조치’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함께 “현대증권이 ‘같이 근무하기 힘들다’는 말은 변명”이라면서 “대덕 연기·공주지역의 행복도시 지원센터장 근무시절땐 캠페인에서 다른 증권사보다 앞서 1등을 하는 등 실적이 우수했다”고 주장했다.
“명칭만 희망퇴직이지 강제퇴직 ‘살생부’와 다를 게 없다”
현대증권노조는 “현대증권이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희망퇴직을 요구한 것은 명칭만 ‘희망퇴직’이지 강제퇴직과 다름없는 ‘살생부’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노조 한 위원장은 “회사에서 요구한 희망퇴직은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어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참다 못해 노조를 설립, 조직이 필요하단 판단에 따라 노조설립을 마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