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수능꼴찌'…해법 놓고 교육청-전교조 격돌
교육청 ’강제교육 강화’ vs 전교조 ‘자기주도 분위기 선행’
2012-04-02 한승진 기자
이에 따라 시 교육청은 야간자율학습과 방과후학교 활성화 등 보완책을 연구중에 있으며, 시민단체는 자기주도학습 등 자율성을 강조한 학습 분위기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근형 교육감 "학습분위기 고취 위해 수학여행 2학기에"
나근형 교육감은 인천교육 꼴지에 대한 해결책으로 학습분위기 고취를 꼽았다.
학기초에 학습분위기를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을 2학기로 미룰 것을 주문했다. 학습분위기가 교육환경에 그 만큼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나 교육감은 1일 열린 월례조회를 통해 "지난달 3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표한 '2011학년도 수능성적 분석 결과'에 대해 심각함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책임을 통감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결과가 교육감 자신은 물론 인천교육 모든 공직자들의 책임이고 깊이 반성하자"며 "교육청에는 여러 부서가 있고 직접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부서와 그렇지 않은 부서가 있으나, 이번 결과가 일부 부서 일부 담당자의 책임에 국한할 문제가 아닌 인천시교육청 총체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 "그 원인 파악을 위해 각 부서별 원인에 대한 의견을 받고 타당한 의견은 취사선택해서 그에 따른 대책을 조속히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학생들은 학년과 학교가 바뀜에 따라 긴장하고 의욕과 각오를 다지게 되고, 5월 중순부터는 긴장이 풀리는 시기로 이 시기를 잘 넘기도록 지도에 힘써 달라"고 당부한 뒤 "학습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수학여행, 체험학습 등은 가급적 이 시기를 벗어난 2학기에 실시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학습 분위기 고취를 학력향상의 전재조건으로 꼽았다.
◇전교조 "인천 교육 꼴지는 강제 교육 탓"
전교조는 인천 수능 꼴지 성적표를 인천교육청의 강제적인 교육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는 지난달 31일 논평을 내고 "이제야말로 인천교육청의 학력향상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인천 수능 꼴지의 원인을 내놨다.
이들은 "인천광역시는 이번 결과 발표에서도 참담한 결과를 받았다"며 "시도별 분석 결과에 의하면, 표준점수 평균이 낮은 지역으로 특히 언어영역, 수리(나), 외국어 영역 쉽게 말해 국,영,수 과목에서 인천이 가장 점수가 낮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영역별 표준점수 평균이 가장 높은 지역과 인천의 차이는 언어 영역이 6.9점, 수리(나) 9.6점, 외국어 영역 8.8점"이라며 "나근형교육감식 학력향상 정책이 완전히 실패한 결과"라고 단언했다.
특히 이들은 "이같은 결과는 인천교육청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여 왔던 그 많은 학력향상 정책과 엄청난 예산 집행, 정상적 교육과정을 초토화시킨 학력광풍이 바로 낙제점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누가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하는지는 명확하며 인천교육청의 학력향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현재 인천의 일선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제방과후, 강제야간학습, 강제0교시가 수능성적향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번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며 "이번 발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제주도는 "강제와 억지로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것이 아닌, 자기주도학습의 결과였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또 "각종 언론에서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사교육이나 주입식 교육보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수능향상에 효과가 크다'고 보도하고 있다"며 "스스로 공부하는 힘이 부족한 학생들은 강제로라도 학교에 붙잡아 둬야 한다"는 인천교육청의 아집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지 이번 결과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시교육청 관료와 학교 관리자들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빼놓을 수 없다"며 "보여주기식 행정, 실적 위주의 행정을 바꾸고 일선 교사들이 아이들과 더 많이 만나고 정규수업에 더 충실히 할 수 있는 체계로 학교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 꼴지로 강제교육 '애드벌룬'…학생 반발 확산 조짐
인천교육청은 사실상 강제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했다. 각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진행해 내실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일선 학교의 강제 야자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시 교육청이 확실한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한 탓이다.
일각에서 이번 수능 꼴지 성적표로 학생들의 강제 교육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3월 개학후 한달동안 200여건에 달하는 강제 야간자율학습 민원이 시 교육청에 접수됐다.
강제 야간자율학습을 금지한다는 시 교육청의 입장과 대조적으로 일선학교에서는 여전히 강제적인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 민원의 주된 내용이다.
인천 모 고등학교에 다니는 A학생은 지난달 8일 시교육청에 민원을 내고 "인천교육청에서는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을 강제적으로 시키고 있으며, 일부 교사는 '불이익' 등 협박을 하면서 강제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학생은 "야간자율학습을 원하지 않아 담임교사와 상담을 했지만, 담임교사는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으려면 진학 포기각서를 쓰라고 말씀하셨다"며 "진학포기각서를 쓰면 야간 자율학습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생활기록부와 추천서 등 모든 면에서 불이익을 당한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수험생도 지난달 23일 "강제적인 야간 자율학습이 폐지된다는 기사를 보고 정말 좋아했다"며 "그러나 현실은 여전한 강제적 야간자율학습, 그냥 강제학습이라 부르고 싶다"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나근형 교육감의 학습분위기 고취 발언은 강압적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뜻으로 풀이될수 밖에 없다"며 "이는 자율성을 강조한 시대 흐름과 역행하는 판단이며, 강제보다는 내실을 기한 교육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나 근형 교육감의 발언은 학습분위기 고취를 위한 발언이었다"며 "강제 야자 부활 등 강제 교육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