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은행인가
영업시간 단축, 임금인상 노린 협상카드?
2008-05-14 류세나 기자
지난 9일 금융노조가 산별임단협 안건으로 은행 창구영업시간 1시간 단축, 임금인상안 등을 제출하자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귀족노조의 횡포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 측은 이미 지난달 9일 창구영업 마감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방안을 올해 임금단체협상의 핵심과제로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해 범국민적인 반대여론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러나 여론의 강한 질책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단축을 강행한 것은 “고객 불편에 대해 아랑곳 않는 귀족노조의 이기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창구영업시간 단축은 노동강도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추진방안 중 한 가지”라며 “금융권 노동자들의 강도 높은 노동현실을 해소키 위해 영업시간 단축안을 기존 입장대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 발언과 관련, 은행연합회는 노동강도를 낮추는 방안은 진지하게 협의하겠지만 영업시간 단축은 협상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업시간 단축 공식 발표한 직후 금융노조 홈페이지엔 네티즌들의 반대 의견이 폭주했다. ‘겨울’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한 네티즌은 “방대한 업무량으로 과로사할까 두렵다는 사람들이 정년퇴직시기 연장을 요구하고, 업무시간은 축소해달라면서 임금은 인상시켜달라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인 ppichimi는 “사측과 협의해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인력충원 등의 방안을 내놔야지, 은행원들 일찍 퇴근하겠다고 전 국민으로부터 1시간을 뺏는 게 말이 되냐”고 전했다. 자신을 주부라 밝힌 최연진씨는 “괜히 업무시간 단축을 핑계로 월급을 올리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으며, 실제 금융권 관계자들 또한 창구영업시간 단축 요구는 임단협에서 높은 임금 인상률을 얻어내려는 노조 측의 협상카드로 분석하고 있다.한나라당 김대은 부대변인은 지난 10일 발표한 논평에서 “외환위기 때 죽어가는 은행들을 혈세로 살려놨더니 이제는 국민들의 불편은 나몰라라하고 있다. 말로만 ‘고객 우선’ 외치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은행 창구영업시간 1시간 단축 외에 ▲총액 임금기준 9.3% (비정규직은 18.2%)이상 인상 ▲상시 사용자 교섭단체 구성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년 2년 연장 ▲후선역(실적이 좋지 않은 지점장을 본부 한직에 배치, 급여를 줄이는 제도) 제도 폐지 ▲적정 인력 산출 등의 내용을 요구안에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