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슈퍼 주총데이 상장사 탓만은 아니다

2018-03-19     송병형 기자

올해 3월에도 어김없이 ‘슈퍼 주총데이’가 찾아왔다. 766개사의 주총이 18일과 24일 사이에 몰렸고, 특히 23일에는 549개사가 주총을 연다. 이렇게 주총이 같은 날에 몰리면 갖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기 힘들어 주주의 권리행사가 어렵다. 주식 투자라는 게 보통 여러 종목의 주식에 투자하는 주주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부터 새도우보팅제도(의결권 대리행사제도)가 폐지되면서 기업들이 주총의 의사정족수나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힘들어진 상황. ‘슈퍼 주총데이’는 주주들의 참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증권회사의 감시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동시다발적인 주총에는 전문가의 역량도 힘을 못 쓴다. 회계감사도 형식적이 되는 게 다반사다. 실제 주총에서 회계감사 결과가 통과되지 않는 경우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문제 기업들은 주주들의 질책을 피하는 수단으로 ‘슈퍼 주총데이’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금융당국이 올해 초 ‘주총 자율분산 프로그램’을 추진, 상장사들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참여율이 30%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 보면 예상된 결과다. 제도적으로 주총이 몰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들이 금융위원회와 국세청에 각각 제출해야 하는 사업보고서와 법인세 과세표준 신고가 ‘슈퍼 주총데이’를 제도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상장사의 97.8%가 12월 결산법인으로 이 회사들은 3월말까지 사업보고서와 법인세 과세표준 신고를 마쳐야 하는데 여기에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은 재무제표를 첨부해야 하는 게 관례다. 이에 따라 회계감사를 받은 뒤 3월말까지 주총을 열다 보니 ‘슈퍼 주총데이’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슈퍼 주총데이’를 반드시 기업들의 꼼수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결국 ‘슈퍼 주총데이’가 사라지게 하려면 관례가 된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일단 주총의 승인을 받은 재무제표를 첨부하라는 명문규정이 없으니 법안으로 관례를 바꾸는 방법이 있다.

실제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에서 관련 법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감사인의 감사를 받은 재무제표를 첨부해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법인세 과세표준을 3월말까지 신고하고 주총은 4월말까지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여기에 주주들이 주총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추가되면 금상첨화일 듯싶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들에게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상법, 자본시장법, 법인세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내의 금품 제공을 허용, 주주들의 주총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