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경쟁의 기본법인 공정거래법을 실체법·절차법 모두를 포함해 전면 개편을 추진한다. 1980년 제정된 이후 부분적으로 보완해왔던 차원에서 벗어나 법 전체 체계의 정합성과 완결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출범해 지난 16일 첫 회의를 열고 위원회 운영방안과 17개 논의과제를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전면개편 추진 배경과 관련 “산업화 시기에 고도성장기를 배경으로 한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재벌기업이든 갑질근절이든 또는 혁신성장이든 한국경제가 달성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을 제대로 이행하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김 위원장은 또 “공정거래법 전체의 완결성과 체계성을 제고하지 않고서는 개별 조문의 개정작업이 입법취지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결론적으로 개별 조문의 어떤 개정이라고 하는 것과 전면 개정이라고 하는 이 투 트랙을 동시에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산만한 법 체계를 재정비하고 알고리즘 담합, 매출액 중심의 인수합병 감시 등 선진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유형 경쟁제한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공정거래법은 1980년에 제정된 이후 사회적 요구가 있을 때마다 37차례 부분적으로 개정했다. 이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 조항과 시장지배적지위남용 조항에 중복되는 내용이 있거나, 경제력집중억제를 위한 부당지원·사익편취조항이 불공정거래행위금지조항에 들어있는 등 장별 배치가 혼란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대표적인 예로 2013년에 제정된 사익편취금지 조항(23조의 2항)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조항의 부당지원행위(23조 1항 7호)와 다른 성격인가 하는 논란이 있었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 규정이 세분화돼 있어 집행의 어려움을 겪어왔다.이에 특위는 경쟁법 현대화 사항을 담당하는 경쟁법제 분과, 경제력집중억제 규율 개선방안을 집중 논의하는 기업집단법제 분과, 위원회 구성 등 거버넌스와 절차법 규정 개선방안을 검토할 절차법제 분과로 나눠 해당 과제들을 다룰 예정이다.유진수 숙명여대 교수와 지철호 공정위 부위원장을 민·관 합동위원장으로 하는 특위는 총 23인으로 구성됐다. 부위원장을 제외한 22명의 위원들이 경쟁법제 분과(9인), 기업집단법제 분과(7인), 절차법제 분과(6인) 3개 분과위원회에 각자 배치돼 이달부터 7월까지 5개월간 매주 또는 격주로 회의 개최할 계획이다.공정위는 특위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을 마련하고 9월까지 개정안의 주요 내용들을 공개해 공론화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후 입법예고나 부처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연내 국회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 경제력 억제 조항 등 민감한 논쟁거리를 포함한 공정위의 패키지 법안 상정 전략이 일정대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