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한농, 골칫덩이 계열사 구원병 노릇
부실한 동부일렉 인수로 신용도 된서리…합병법인 ‘동부하이텍’ 출발부터 불안
2008-05-17 송문영 기자
동부한농은 동부일렉 살리기 위한 희생양?
㈜동부한농이 지난 1일 반도체기업인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흡수합병하며 신설법인 ‘동부하이텍’을 새롭게 출범시켰다.부실한 동부일렉트로닉스의 위험부담을 모두 동부한농이 떠맡게 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합병을 감행한 것이다.지난 2004년 동부전자가 아남반도체를 인수해 출범시킨 동부일렉트로닉스는 매년 수천억원 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동부그룹의 문제로 지적돼왔다.실제로 지난해에는 3천330억원 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총 부채는 1조6천99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무려 458%.경영정상화가 여의치 않자 동부일렉트로닉스는 유상증자와 CB(해외전환사채)발행 등을 통해 계열사로부터 부족자금을 조달했고, 이로 인해 계열사의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신용도 저하를 초래하기도 했다. 동부일렉트로닉스의 문제가 그룹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반면 동부한농은 그동안 동부그룹의 우량회사로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합병에 대해 “동부한농이 희생양이 돼 중환자인 동부일렉트로닉스를 구해보려는 의도”라면서 “한마디로 동부한농이 피 보는 케이스”라고 꼬집었다. 부실계열사의 리스크를 우량 계열사에 떠넘기는 꼴이라는 것.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일렉트로닉스는 자체적으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다”며 “합병으로 인해 동부일렉트로닉스의 법적인 권리와 의무가 동부한농에 그대로 이전되므로 모든 부담을 동부한농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부한농 “합병은 성장동력 발굴 위한 최선책”그러나 이 같은 시장의 반응에 대해 동부그룹 측은 “동부일렉트로닉스의 흡수합병은 동부한농에게 차세대 성장엔진을 달아줄 것”이라는 입장이다.동부그룹은 “최근 경상이익이 계속 줄고 있는 동부한농은 신 성장동력을 발굴할 필요가 대두돼왔다”며 “내부회의 결과 바이오와 전자재료의 육성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반도체ㆍ바이오 전문기업 ‘동부하이텍’을 새롭게 출범함으로써 기존의 경험에 첨단기술 산업을 결합, 시너지효과를 얻겠다는 것.동부하이텍은 지난 4일 합병등기를 마친 후 농업부문 대표에 차동천 동부한농 사장을, 재료부문 대표에 전대진 부사장, 반도체부문 대표로 오영환 동부일렉트로닉스 사장을 각각 임명하며 대대적인 체제개편을 시행했다. 분야별로 특화된 3각 구조를 바탕으로 동부하이텍의 성장동력을 확충, 성과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계획.아직까지 많은 기업분석가들이 합병으로 인한 위험성을 제기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동부의 이 같은 자신감이 ‘동부하이텍’이라는 변화의 바람을 토대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