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베트남] ‘니하오’에서 ‘신짜오’로…재계 베트남 러쉬

삼성·포스코, 베트남 제조업 쌍두마차
베트남 수출액 35%는 국내기업 담당

2018-03-20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재계가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정하고 생산기지 설립을 포함한 현지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 전략거점으로 베트남이 부상한 것도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베트남 전체 수출액에서 한국 기업들의 비중은 35%에 달할 정도에 추가 투자도 이어지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그룹은 베트남 호치민에 지난 1995년 법인을 설립하는 등 일찌감치 진출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전기, 삼성SDI 등의 계열사가 스마트폰, 생활가전 제품들을 현지 생산하고 있다. 직접 고용만 16만명으로 여기에 간접고용을 더하면 18만명이 삼성그룹과 연관됐다. 최근 한 현지 언론이 발표한 베트남 500대 기업 중 1위에 오를 정도로 현지화가 안정적으로 궤도에 오른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베트남에 직접적으로 진출하지는 않은 상태다. 다만 시장 다각화를 위해 지난 2009년 현지 파트너 업체인 ‘현대탄콩’과 제휴했다. 현대탄콩은 현대차 제품을 조립생산(CKD)으로 생산해 현지에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베트남이 부상하자 지난해 4월 현대탄콩과 50대 50의 비율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석유화학, 에너지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통신과 LNG 밸류 체인 등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최태원 회장이 베트남 총리와 회동해 현지 사업에 대한 의견을 교류했다. 최 회장은 해외 진출 관련 외국기업이 아닌 토종기업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인사이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베트남을 단순 생산기지가 아닌 첨단산업 육성 지역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 정부와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 관련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LG그룹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계열사 생산기지가 베트남에 위치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이퐁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장을 세웠고, LG이노텍은 최근 베트남 자회사에 1496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오는 2028년까지 15억달러를 베트남에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삼성 다음으로 베트남 현지 제조업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이다. 베트남과 수교 체결 1년 전인 1991년 현지에 진출해 현재는 12개 법인과 2개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포스코베트남은 2009년 5억2000만달러를 투자해 호치민 근교에 자동차나 전자제품에 쓰이는 얇은 강판을 만드는 냉연공장을 세웠다. 연산 120만t(톤) 규모로 동남아 최대 규모다. 최근 현지에서 인프라 투자와 도시화 등으로 철강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경제 성장이 이어지면 고급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 현지법인들의 실적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LS그룹은 지난 1990년대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뒤 하노이, 호치민, 하이퐁 등에 LS전선, LS산전, LS엠트론 등 제조계열사들의 생산기지를 설립했다. LS전선이 베트남에 만든 자회사 LS전선아시아는 베트남에서 성장해 국내 기업 최초로 U턴해 상장한 바 있다.

효성그룹은 지난 2007년 호치민 인근의 연짝 공단에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15억달러를 투자했다. 공단 내 한국 기업 중 최대 투자 규모다. 현지 채용인 규모도 7000명을 넘겼다. 조현준 회장도 최근 베트남 총리와 회동해 사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효성은 베트남 북부와 중부, 남부에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는 최대 투자 회사이며, 효성 베트남은 글로벌 공략을 위한 전초기지”라며 “세계 1위의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뿐만 아니라 화학 중공업 부문에서도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