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개편'은 6개월짜리 정책?

2008-05-24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정부 부처 브리핑실과 기자실 통폐합 결정이 내려졌지만 정부의 의도가 제대로 실현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청와대를 계승할 정치적 결집체가 부재한 상태에서 차기 정부의 언론관에 따라 어차피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구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추진된 기자실 개혁이 실패한 데는 정책의 잘못이라기 보다 시행주체의 의지부족이 실질적 이유라는 점에서 이번 제도 개편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22일 각 중앙 부처의 37개 브리핑실과 기사송고실을 통폐합하고 부처 사무실과 공무원 직접 취재를 제한하는 내용의 취재지원시스템 개편을 단행했다. '폐쇄적 기자단 운영을 해체하고 개방형 브리핑을 도입, 정보개방 확대와 정보.언론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기자단 해체를 위한 개방형 브리핑제는 이미 참여정부 초기 실시됐다. 그러나 일선 정부 부처에서는 문패만 '기자송고실'로 바꾼 뒤 실질적으로 상주 '기자단실'을 운영해 왔다. 공보(홍보) 부서의 직원들이 기자단에 의지해 브리핑일정과 정보 공개 수준을 결정하는 관행도 여전했다. 한마디로 기자실과 브리핑실의 실내 인테리어만 바뀌었지 공무원들의 공보 행태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역시 22일 관련 브리핑에서 "2003년 '출입기자제'를 폐지하고 개방형 브리핑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기관의 경우 송고실이 사실상 출입기자실화되어 당초 개방형 브리핑 제도 도입 취지를 훼손했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정권말 더욱 강화된 형태의 브리핑실 통합안을 냈지만 이를 실행할 공무원들이 6개월 남은 정부의 '지시'를 실행에 옮길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일선 공무원들도 찬성여론이 높은 공무원 직접 취재 차단 조치만 강화돼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설득을 얻고 있다. 더욱이 이번 조치가 임기를 6개월여 남겨놓은 상태에서 단행됐다는 점에서 제도 자체가 '단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부 부처 공보담당자들과 출입기자들은 "6개월 뒤 다시 원상태로 돌리면 될 일이기 때문에 이번 개편안을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민주당 등 진보.보수를 막론한 제 정당들도 일제히 신(新)언론통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독자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지 않는 한 기자실 제도개편안은 차기 정부에 승계될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다. 국정홍보처가 각 부처 공보담당자들의 여론은 물론이고 언론.학계.시민단체.전문가들의 의견수렴을 심도깊게 거치지 않은 점도 잔여 임기 동안 결론을 내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협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협업조직과 한국신문협회.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대표적 언론단체들이 모두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 1월 노무현 대통령이 "몇몇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기사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단합한다"고 비난한 이후 국정홍보처가 섣불리 개편을 추진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번 개편안은 참여정부의 남은 임기 내내 실효성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