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전, 여전히 ‘오리무중’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 인수전 참여 의사 밝혀
산은 “데드라인 30일, 일정대로 진행” vs 노조 “국내 기업 기회 필요”

2018-03-27     박주선 기자
[매일일보 박주선·박수진 기자] 데드라인이 3일 앞으로 다가온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채권단과 노조가 해외매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국내 타이어 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추진을 선언하고 나섰다. 셈법이 복잡해진 금호타이어 인수전의 향방이 어떻게 흘러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27일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이날 대전 둔산동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에 통째로 매각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국내 기업으로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김 회장은 타이어뱅크가 전국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빠른 경영정상화를 이끌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타이어뱅크는 전국에 판매망을 갖추고 있어 즉시 판매를 증가시켜 고용을 보장하면서 금호타이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며 “우선 국민 여론과 노동조합, 채권단의 생각을 들어본 후, 최종적으로 인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다만 실제로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금력과 경영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중국 더블스타가 합의한 금호타이어 인수 금액은 6463억원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타이어뱅크의 매출은 2016년 기준 3729억원, 영업이익은 664억원, 당기순이익은 273억원에 불과하다. 직원 수도 70명에 그친다. 또한 금호타이어의 중국법인 정상화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7500억원을 어떻게 조성할지도 관건이다.여기에 김 회장이 탈세혐의를 받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 회장과 임직원 6명은 현재 ‘명의 위장수법’으로 80여억원을 탈세한 혐의를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조세) 등 혐의로 대전지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타이어뱅크의 인수 추진 의사에 금호타이어 노조와 채권단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노조는 일단 반기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타이어뱅크의 인수를 환영한다”면서 “타이어뱅크 외에도 국내 복수업체들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국내 기업들이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해외매각 불발을 이유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채권단은 인수 의사를 밝힌 국내 업체들에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나 산업은행은 당초 금호타이어 노조 측에 밝힌 해외 매각 시한(오는 30일)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산은 관계자는 “(타이어뱅크가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의향을 밝혔지만) 공식적으로 산은에 인수의향서를 보내지 않았다”면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경우 검토는 해보겠으나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채권단이 노조 측에 제시한 데드라인인 오는 30일까지 3일 가량 남은 시점에서 채권단이 타이어뱅크의 인수의향서를 검토하기에는 물리적으로 힘들다. 따라서 산은은 타이어뱅크의 인수의향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타이어뱅크 뿐 아니라 현재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인수 의향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분석된다.이에 산은은 타이어뱅크의 인수 의향을 신경 쓰기보다는 노조와의 합의 불발 가능성에 대비해 법정관리 준비도 한창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가능 자산 등을 분류하고 법정관리에 필요한 관련 서류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협력업체 및 지역사회 피해를 최소화기 위해 금융위 등과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산은 관계자는 “자율협약 절차 중단 시 채권만기 연장 등 채권단 지원방안이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함에 따라 대규모 연체상태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