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김준기 회장, ‘미션 임파서블’ 스토리~

혁신’ 목소리 높였지만…성과는 ‘글쎄’

2008-05-25     송문영 기자

철강ㆍ택배ㆍ반도체 등 신사업,
안개빛 미래에 시름 깊어져

동부그룹 김준기(63) 회장이 시름에 잠겼다.

지난해의 경영성과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야심차게 신사업을 지휘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낙관적인 전망을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동부그룹은 최근 반도체와 택배, 전기로 제철사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동부제강의 전기로 설비투자 계획 및 동부익스프레스가 새롭게 진출한 택배사업, 동부한농과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한 동부하이텍 출범 등이 바로 그것.

그러나 동부제강이 추진 중인 전기로 설치사업은 막대한 자본금 투입으로 그룹의 장기 적자상태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야심 차게 뛰어든 택배사업과 바이오ㆍ반도체사업마저 경쟁사에 밀려 안개 속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동부그룹을 두고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동부제강 전기로 사업, 이자 압박에 수년간 적자 예상

동부그룹의 철강사업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동부제강은 원재료 자체 생산을 목적으로 오는 2009년까지 약 6천2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전기로(전열을 이용해 고철을 녹이는 장치) 설비를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동부제강의 이수일 사장은 지난 10일 “전기로 사업 진출은 동부제강의 꿈과 염원”이라며 “전기로를 확보해 그간 포스코 등으로부터 공급받던 열연강판(핫코일)을 직접 생산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동부제강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전기로와 씬 슬래브를 결합한 최신 기술을 활용해 냉연제품의 원재료인 열연강판 생산 공장을 만드는 것으로, 충남 당진 아산만 공장 내 냉연공장 옆의 부지를 활용할 계획이다. 동부제강은 핫코일 생산 공장이 완공된 첫 해인 2009년에 판매규모 120만톤, 매출액 5천770억원, 영업이익률 1.2%를 기록할 것이라 예상했으며, 이듬해인 2010년에는 판매규모 250만톤, 매출액 1조2천180억원, 영업이익률 12.2%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이 사장은 올 1분기 약 3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을 참고해 “전기로 사업을 위한 자금은 충분한 상태”라며 “기술과 품질 또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세계를 리드하는 제철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그러나 동부제강의 이 같은 발표와 달리 증권가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향후 전기로 공장이 완전 가동된다 해도 당분간 수익구조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대신증권의 문정업 연구원은 “동부제강의 전기로 설비투자로 어느 정도의 이익 개선은 이뤄지겠지만 리스크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며 “동부제강이 밝힌 전망치는 신규 전기로 공장을 가동하는데 있어 원료조달이 원활하고 기술상의 문제도 없는 상태라 가정한 것으로, 변수는 언제나 상존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공장 설립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대출금액으로 인해 완전 가동 후에도 여전히 이자비용이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수익구조가 계속될 수 있다”며 “분기당 평균 190억원 상당의 이자비용이 경상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심 차게 뛰어든 택배업, 대형 경쟁사 출연에 골머리

동부그룹의 수익성 구조에 대한 우려는 최근 신설된 동부택배와 동부하이텍에도 제기되고 있다.

동부그룹의 물류계열사인 동부익스프레스는 지난달 본격적인 택배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이의 기반확보를 위해 2월 61억원을 들여 중견 택배업체 훼미리택배를 인수했다. 동부익스프레스는 올해 매출액 5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향후 중소 택배업체를 추가로 인수할 방안도 검토 중이다.동부익스프레스가 이처럼 택배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택배사업이 지난 몇 년간 매년 15~2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거대한 수익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택배사업은 한진, 대한통운, CJ GLS, 현대택배 등 4개사가 ‘빅4’체제를 구성하며 60%가량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 동부익스프레스는 나머지 40%의 틈을 파고들어 3년 안에 택배산업의 1위로 떠오르겠다는 목표다.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동부의 택배산업 진출에 대해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신세계와 롯데 등 유통강자들이 속속 택배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5월 자회사 세덱스를 통해 택배시장에 발을 디뎠고, 롯데는 내년 택배사업 시작을 목표로 현재 중견 택배사 인수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대한 계열사 물량을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와 롯데가 그룹 내 물량만으로 택배업을 시작하더라도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다.업계는 2~3년 내에 롯데와 신세계가 기존의 ‘빅4’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동부익스프레스는 그룹 내 택배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해 선두그룹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한편 지난 1일 출범한 신설법인 동부하이텍 역시 갈 길이 멀다. 동부한농이 동부일렉트로닉스(이하 동부일렉)를 인수해 만든 동부하이텍은 합병설이 처음 제기되던 때부터 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매년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며 문제로 지적돼온 동부일렉을 살리기 위해 우량기업 동부한농이 희생양으로 선택됐다는 이유다. 실제로 동부한농은 동부일렉을 흡수합병한 후 그 채무를 모두 떠안아 총 2조2천억원 가량의 부채를 갖게 됐다.이처럼 끊이지 않는 비관론에 대해 동부그룹은 아직 속단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동부제강의 이수일 사장은 “냉연제품의 국내 수요만을 보고 수익성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조선, 반도체, 휴대폰 등과 같이 철강산업도 해외시장을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이 많아 전기의 질이 좋고, 국제적으로도 전기로 제철사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서 “철강산업을 더욱 발전시켜 수출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은 최근 열린 임원단 회의에서 “동부하이텍의 반도체 사업은 중점 육성을 통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중국의 거대한 시장으로 무대를 옮긴 농업부문 또한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