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의 섬’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
[이슈추적]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논란
[매일일보=김경탁·송병승기자]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위치한 강정마을은 세계적 희귀종과 멸종위기종 동식물이 다수 발견됨에 따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전지역의 핵심, 문화재청이 지정한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421호 및 442호),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생태보전지역이다.
바다 갈라짐 현상이 하루에 두 번씩 일어나 ‘섬 속의 섬’으로 불리며, 제주도에서 한라산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고, 은어 서식지인 강정천이 흐르며, 고래상어가 사는 절대보전지역이기도 한 아름다운 이 마을은 2005년 정부가 지정한 ‘세계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가장 치열한 분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날치기에 또 날치기…공약 무시에 토론도 거부하는 제주도정
공성경 창조한국당 대표 “우근민 지사가 공사 중단 요청해야”
국방부가 제주 해군기지 신규소요를 제기한 것은 1993년의 일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1997~2001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됐고, 2001년 국방부와 해양수산부는 서귀포시 화순항에 해군 전용부대 수용여부를 타진했다.즉각 도민대책위가 결성되고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지지부진하던 동 사업은 2006년 방위사업청에서 해군전략기지 건설 강행방침이 발표되고 당시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해군기지 실무팀을 구성하면서 재개됐다.
2006년 9월 ‘제주해군기지’ 대상지로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가 결정됐지만 해당 마을에서 역시 ‘해군기지반대대대책위’가 구성돼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다시 한 번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표류를 시작했다.
이렇게 국방부가 대상지 선정 난항으로 골머리를 앓던 가운데, 2007년 4월 불현듯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유치를 신청하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날치기 마을총회
강정마을이 신청한 ‘제주해군기지’ 유치 찬성안은 2007년 4월26일 마을 총회에서 결정됐다. 마을 내 일부 자생단체 대표들을 포함한 주민 약 80여명이 참여한 이날 총회는 진행과정과 운영방식에서 찬성 입장만을 듣는 일방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총회에서는 특히 유치 찬성의견을 투표 없이 참석자들의 ‘박수’로 가결했고, 총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의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더 문제되는 것은 해군기지건설 찬성안 추진 사실은 마을 총회 전까지 아무런 공론화 과정 없이 몇몇 주민들과 자생단체 대표들, 운영위원회 등만이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강정마을에는 ‘풍림콘도’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콘도를 건설할 때에는 8차례의 임시총회를 실시해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해군기지건설’은 단 한 차례의 주민투표도 없이 총회를 통해 결정해 버린 것이다.
강정마을회의 제주해군기지 유치 찬성안 제출에 대해 마을자생단체인 ‘고운환경감시단’은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맞섰다. 고운환경감시단은 그해 5월3일 성명서에서 “단지 지역경제가 힘들고 어렵다는 현실만을 생각하여 눈 감고 귀 막고 간다면 미래의 후손들에게 도저히 떳떳하게 고개를 들 수 없기에 단원들과 숙고 한 끝에 반대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조금이나마 마을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하여 이런 결정(해군기지 유치)을 내릴 수밖에 없는 우리 지역의 현실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지역주민들의 갈등과 반복을 부추기는 행위를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같은 해 8월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94%에 달하는 압도적 의견으로 해군기지 유치 반대가 결의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야권 “해군기지 공사 즉각 중단”
평화롭게 지내던 마을에 들이닥친 ‘제주해군기지’ 건설 논란은 ‘지역 개발’과 ‘자연생태계보전’이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두 개의 가치를 놓고 양자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으로 마을 주민들을 내몰았다.
해군기지 공사에 반대 의견을 보인 주민들에게는 지난 1년 사이 정부의 회유와 압박도 가해졌다. 마을 관계자는 “반대 의견을 보이던 많은 주민들에게 정부는 재산문제와 강제매입 등으로 압박을 가했다”며 “버티다 못한 주민들이 중립으로 돌아서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공사가 착공된 것은 지난해 12월 말이다. 6·2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우근민 도지사가 기존의 ‘해군기지 반대’ 입장을 그해 11월 전격 철회하면서 공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도민과 의회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제주도의회는 3월15일 ‘강정동 해안변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동의 의결에 대한 취소의결안’ 조례를 의결했다. 2009년 12월 한나라당이 주류인 전임 도의회가 날치기로 통과시켰던 ‘강정동 해안변 절대보전지역 변경(해제)동의 의결’조례를 취소한 것이다.
그러나 우근민 지사가 4월8일 도의회의 ‘해제 동의 의결 취소 의결’에 대해 제의를 요구하면서 논란은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강정마을회가 이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제주도 측에 요구했지만 도는 거부입장을 밝혔다. 진보신당 제주도당은 8일 논평을 통해 “토론 거부는 제주도가 강정마을 요구에 논리적으로 해군기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사가 재개된 후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공사 간에 연일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해군기지 공사 강행과 이를 몸으로 저지하려는 주민들의 충돌로 인해 주민 등 3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기까지 했다.
한편 창조한국당 공성경 대표는 14일 당 대표성명을 통해 “공사가 계속 강행된다면 물리적 충돌 역시 계속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연행, 구속되거나 또 다른 불상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심히 우려 된다”고 밝혔다.
공성경 대표는 “지금 강행되는 해군기지 공사는 전혀 정당성이 없으며, 국가안보상 필요한지도 의문, 입지 선정도 의혹투성이, 주민의 의사를 무시했고 법 절차도 어겼다”며, “우근민 제주지사가 공사 중단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