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박근혜, 라이벌로 생각해 본 적 없다”

“2012년 어떤 구도 만들어 질지 몰라…롤 모델 없지만 여러분들로부터 배운다"

2011-04-17     김민지 기자
[매일일보] "민주노동당은 2011년 진보신당과 반드시 통합과 연대를 만들겠다고 이미 약속한 바 있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보진영 연석회의를 통해 통합의 길을 논의하고 있다. 4·27 재보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본격적으로 폭 넓은 논의가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민노당·진보신당·사회당 대표 및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진보진영 대표자들은 2차 연석회의를 갖고 오는 9월말까지 광범위한 진보세력이 참여하는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키로 합의했다.

또 진보신당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위원회' 노회찬 신임 위원장이 민노당 '진보정치 대통합 추진위원회' 강기갑·최성희 공동위원장을 예방하며 각 당의 통합논의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노 위원장과 강 공동위원장이 상견례를 한 것"이라며 "통합을 위한 논의 단계에서 벗어나 공식 협상단을 만드는 등 현실의 단계까지 와 있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이 당대회에서 '北 핵개발·3대세습 반대'를 채택, 민노당과의 통합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진보정당이 이 문제 때문에 갈라 설 정도에 이른다고는 보지 않는다.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6·15 공동선언이 기본이 되는 합의이고, 중심적인 합의라고 생각한다"면서 "다른 문제들은 부차적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 문제에 대해서 (진보신당이) 북한을 비판한다고 해서 (민노당과) 선을 긋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민노당이 진보신당 이외의 민주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기타 정당들과 가장 바람직한 야권 연대의 형태에 대해서는 "일단 연대의 첫 단계는 진보신당과의 통합이지만 아직 결말에 다다르지 못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야권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농민, 지식인 사회운동가 등이 폭넓게 모이길 기대한다"면서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적 구조 갖춘 정당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4·27 재보궐선거에 돌입한 가운데 이 대표는 "4·27 재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있었던 앙금들을 야 4당이 푼다면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야 4당은 강원도, 경기도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 전남 순천 등 4개 지역 모두에 대해 공동 책임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김해을 야권후보 단일화를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감정싸움으로 치달았던 데 대해 "두 정당 사이에 감정적인 말들이 오간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빠른 시일내 상처가 치유되고 야권이 연대하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 연대를 통해 전남 순천 지역 국회의원 후보 자리라는 귀중한 성과를 거뒀다.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인 이곳에서 어떠한 형태의 후보 단일화 협상도 불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무공천 이라는 양보를 통해 민노당 김선동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정됐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순천 무공천'에 대해 "민주당이 전국 연대를 위해 폭 넓게 양보한 것"이라며 "내년 총·대선 승리까지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해 내딛은 큰 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민주당 소속으로 순천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민주당의 '무공천' 방침에 반발,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것과 관련해 "2012년에 민주당이 정권교체 하겠다는 정신에 동의해 공천을 신청한 후보들이 무소속에 출마하는 것"이라며 "무엇을 위해 나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현재 순천에 출마한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노동당 김선동(43) 전 사무총장을 비롯, 무소속 허상만(67) 순천대 교수, 조순용(59) 전 김대중 대통령 정무수석, 허신행(68) 전 농림수산부 장관, 박상철(51)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구희승(48) 변호사, 김경재(68) 전 의원 등이다.

그는 "2012년(총선과 대선에서 정권 교체)을 바꾸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인가, 국회의원 자리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본인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인가. 순천 시민들이 판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기관과 언론에서 18대 국회 여성의원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이정희 대표가 꼽힌다며 그 비결을 물었다.

이 대표는 대답하기에 앞서 쑥스러운 듯 웃음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치를 하면서 낮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스스로를 내세우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 대표로서 업적에 대해서 "그동안 통합과 연대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준비하는 과정이었다"라며 "북한에 대한 입장도 이전보다 폭넓은 입장을 스스로 정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적 '롤 모델' 및 '라이벌'로 삼는 정치인을 묻자 한참을 망설인 뒤 "이렇게 말하면 겸손하지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롤 모델까지는 사실 상정을 못했다"면서 "정치적 롤모델은 따로 없지만 여러 분들로부터 (정치를) 배운다"고 답했다.

"정치적 라이벌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라이벌로 생각해 본 적은 사실 아직 없다"면서도 "2012년에 어떤 구도가 만들어 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라고 언급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변화무쌍한 정치판에서 2012년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현재와 같이 독주할 수 있겠느냐는 전망인 셈이다. 이 대표가 구상중인 진보통합 그리고 야권 연대의 그림이 완성된다면 2012년 권력 재편기에서 정치 지형의 지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정희(41) 대표는 1990년 서울대 총여학생회장을 지내고 1992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시에 합격해 변호사를 개업 한 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복지위원장,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공동대표 등 재야활동을 거쳐 200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몫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 대표는 초선의원이지만 지난해 10월 당 대표에 선출됐으며, 내년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 출마를 선언하고 진보정당 최초의 수도권 지역구 당선을 위해 텃밭을 다지고 있다.

촌철살인과 논리정연한 언변을 보이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간직한 이 대표는 진보 정치인의 산뜻한 모습을 펼쳐보이는 '스타급'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간 허리층이 빈약한 진보진영에서 선수를 쌓으며 중심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의 정치 경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