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기식 등장에 “재벌들 떨고 있니"
[매일일보 연성주 기자] 금융감독원장에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명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처음에는 동명이인으로 생각했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금감원장이란 어떤 자리인가.
금감원장은 모든 금융회사의 감독 검사권과 일반 기업의 회계 감리권은 물론 오는 7월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금융회사를 거느린 7개 대기업집단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비록 금융위원회의 지휘를 받는다고 하지만 웬만한 장관 부럽지 않은 권력을 쥐고 있다.
금감원장은 그동안 경제 관료나 금융인 출신이 맡았다. 업무 특성상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의 발탁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까지 ‘재벌저격수’ 3인방이 문재인 정부 전면에 포진한 것이다. 세 사람의 공통목표는 재벌개혁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재벌들 혼내 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경영진을 질책한 뒤 무용담하듯 자랑하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소액주주운동에 앞장서온 김 원장의 등장에 재벌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3인방의 등장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아 본격적으로 재벌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원장의 ‘반(反)기업’ 정서는 유명하다.
“최태원 회장이 3년동안 감옥에 있었습니다. 그때 SK가 망했습니까? 오히려 더 잘 굴러갔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재벌 총수가 구속될 때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달라 말하는데 대한민국 경제가 흔들렸습니까? 그런 사례는 없습니다."
김 원장이 지난해 인터넷방송에서 한 말이다. 재벌개혁에 대한 소신이 물씬 배어있다.
김 원장은 우선 재벌과 관련이 있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칼을 빼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 타깃은 삼성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원장은 그동안 재벌의 금융산업 운영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경제논리보다는 분배와 친노동, 대기업 규제 등 사회민주주의적 시각에서 경제를 보는 경향이 있다.
김 원장은 2일 열린 취임식에서 "그동안은 참여연대나 야당의원으로 역할을 했고 이제는 금감원장으로 그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 며 외부의 부정적 시각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김 원장은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전임 원장의 불명예 퇴진에 따른 추락한 금감원의 신뢰성을 회복해야 하는데다 금융 감독체계 개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가계부채해소 문제 등 수두룩하다.
김 원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취임사처럼 정치적 외풍을 멀리하고 금감원장 자리에 걸맞는 역할만 하면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