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6·13 지방선거와 지역개발 공약

2018-04-03     송경남 기자
[매일일보 송경남 기자] 6·13 지방선거가 2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자들은 ‘정책선거’를 지향하면서도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지역개발 공약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온 지역개발 공약은 신공항 건설, 도로·철도 등 교통인프라 확충 등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SOC(사회간접자본) 사업부터 신도시 및 주거단지 조성, 관광인프라 개발, 산업특화단지 조성, 역세권 개발 등 지역 밀착형까지 각양각색이다.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지역개발 공약을 꺼내드는 이유는 “우리 지역은 낙후됐으니 내가 당선돼(지역개발 공약을 차질 없이 이행해) 잘 사는 고장으로 만들겠다”라는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이뤄졌다. 이 전략은 단기간에 많은 부를 창출하며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었으나 지역 간 양극화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이에 후보자들은 지역개발 공약을 통해 자신만이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최근 나온 지역개발 공약들은 과거 선거 때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유권자를 유혹하는데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재원 조달이나 지역별 이해관계 해결, 구체적 실행방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마저도 재탕 삼탕이 많고 허울뿐인 말잔치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일부 후보자들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끝난 사안까지도 선거판에 끌어들여 쟁점화하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는 2011년 신공항 후보지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를 검토했으나 환경 훼손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다. 그러다 2023년경 김해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란 항공 수요조사가 나오자 2013년 신공항 건설을 재검토했다.신공항 건설을 놓고 영남권 5개 시·도(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는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였고 지역 갈등은 심화됐다. 보다 못한 국토부는 2015년 6월 객관적인 결론을 내리겠다는 명분으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용역을 의뢰했고, 그 결과에 따라 신공항 건설은 백지화하고 대안으로 김해공항 확장하는 것으로 논란이 마무리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산시장 출마 예상자와 경남 김해지역 정치인들은 연일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발언을 하며 이슈화하고 있다. 어떤 후보자는 “가덕도가 신공항 최적지”라고 말하고 다른 후보자는 “김해공항은 계획대로 추진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에게서 지난 10년간의 지역 갈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대규모 SOC를 포함한 지역개발 사업이 실행되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은 높아지고 생활의 편의성은 향상된다. 또 개발에 따른 수혜를 누려 땅이나 주택, 건물 등 부동산값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그러나 선거 때 나온 지역개발 공약이 이행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출마 예정인 후보자들은 여전히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 지키지도 못할 지역개발 공약에 헛된 기대감을 갖는 유권자가 이제는 없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