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외눈박이 나라의 두눈박이
2019-04-05 송병형 기자
우리는 스스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주변 사람들에게 거부당하고 부조리하다고 느낀 일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때 당혹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것이 반복될 때는 당혹감을 넘어 세상에서 홀로 버려진 듯한 고독감과 함께 자신감을 잃게 된다. 세상과 싸워 변화를 이끌어 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세상에 자신을 맞춰 적응해 버린다. 우리 사는 세상의 갖가지 문제들이 만들어지고 쌓여온 메커니즘이 아닐까싶다. 피할 방법은 없는가. 미술작품과 함께 살아가는 필자는 작품에서 답을 찾는다. 예술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라 어려운 논리가 아닌 쉽고 명쾌한 직관만으로도 해답을 줄 때가 많다.여기 몹시 외로운 ‘개’가 있다. 20년 동안 개를 주인공으로 전통 민화에 현대적 해학과 풍자성을 더해온 곽수연 작가의 최근작 ‘외눈박이 나라의 두눈박이’ 작품 속 주인공이다. 눈이 하나밖에 없는 다섯 마리의 외눈박이 개들에 둘러싸여 있다. 두눈박이인 자기가 정상이지만 모두가 정상이 아닌 외눈박이 나라에서 감내해야 할 비현실감과 고독감이 더 깊게 와 닿는 장면이다.'개'는 예부터 충직을 상징하며 현대에는 사람과 가장 친근한 '반려동물'로서 심리적 안정감과 친밀감을 주는 친구, 가족과 같은 존재이다. 곽수연 작가는 인간과의 관계성에서 어느덧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버린 반려동물, 개를 주제로 삼는 이유를 사람에 대한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다. 현 사회를 보는 다른 시각을 개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작품 속 개는 곧 작가의 자화상이자 평범한 우리 모두의 자화상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우리는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하고 서로 의지하며 살지만, 시시때때로 군중 속의 고독감을 갖는다. 보다 넓은 범주에서 보아도 사회에서 인간은 고독하다. 인생은 혼자는 아니라고 하지만,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반드시 할당되어 있다. 그 몫을 인내하기 위해 작품 속 두눈박이 개는 수양하는 자세로 먹을 갈고 붓을 들고 다도로 마음을 다진다.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는 개의 의지에 새끼로 보이는 강아지 두 마리는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치고 있다. 외눈박이 성견이 가득한 이상한 나라에서도 불안함이 없다. 사계절 늘 푸른 모습을 간직하기에 곧은 정신을 비유하는 소나무,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호박 등 작품 속 민화의 길상적 모티브를 찾는 재미도 있다.*곽수연 작가는 초기에 수묵채색 기법으로 시작해 전통 장지 채색 기법의 진채 작업으로 발전, ‘개’ 연작을 내놓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초 LG유플러스와 U+TV아이들나라, 반려동물IoT, U+우리집AI를 반영한 아트콜라보레이션 작품을 발표하며 주목받기도 했다.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