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출구 없다…정부는 입구 막는 정책 펴라”

[인터뷰]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 대표 “포주 위 ‘大포주’ 정부”

2011-04-25     송병승 기자

[매일일보=송병승기자] 최근 영등포 성매매 집장촌 지역의 재개발이 결정되고 경찰의 집중단속이 시작됐다. 16일 영등포 성매매 여성종사자들은 온몸에 까나리액젖과 신나를 뿌리고 (주)경방 타임스퀘어(이하 타임스퀘어) 안으로 진입해 “경찰의 집중단속 배후에 타임스퀘어가 있다. 직접 나서서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20일에는 영등포 지역구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사무실 앞에서 “정치적 업그레이드로만 우리들을 활용하는 전여옥 의원은 비겁하다”면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 했다.

16일 타임스퀘어와 20일 전 의원 사무실 앞에서 성매매 종사자 여성들은 모두 붉은색 모자와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중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한 남성이 눈에 띄었다. 한터 전국 연합회 강현준 대표가 바로 그였다.

“영등포 철거 배후 최고 윗선은 전여옥…우리 혼자만 죽지는 않을 것”

“세금 대신 고액 벌금…업주들 ‘이제 우리 차례네, 단속 맞겠네’ 생각”

성매매로 들어오는 문 넓지만 나가는 문 매우 좁아…유입을 막는 게 최선

자활 강요 100% 실패, 돈 모으는 현실적 방법 알려줘야 ‘탈 성매매’ 가능

한터전국연합회(이하 한터)는 지난 2002년 강현준(58) 대표가 직접 만든 단체다.

현재 전국 10개 지역의 집장촌이 가입되어 있고 종사여성 3천명, 업주 1천명, 주변상인 1천명을 회원으로 가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약 50% 정도가 가입되어 있으며, 서울 경기 인근 지역 집장촌은 모두 가입되어 있는 상황이다.

종사 여성들을 노동자로 인정받고 노조를 설립하기 위해 민주노총 등에 의뢰했지만 인정되지 않아 현재는 임의 단체로 남아 있는 상태다.

강현준 한터 대표는 “꽃다운 어린 나이에 캠퍼스를 누비고 놀아도 시원치 않을 나이에 누가 이 사창가에 와서 일하고 싶었겠느냐”며 “그들이 이곳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가를 정부에서 확인하고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최근 발생한 영등포 지역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에 대해 “핵심적인 문제는 경찰의 단속이 아니라 타임스퀘어, 신세계와의 갈등”이라면서 “죽이고 같이 죽지, 우리만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 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의 구성원으로 남는 것이 꿈이라는 강현준 대표. 다음은 제기동 한터 사무실에서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뭔가 이건 아니더라”

- 성매매 여성들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언제부터인가.

△ 2000년부터 5년 동안 부산에서 직접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었다. 말 그대로 ‘포주’를 했다. 2년 정도 하다보니 ‘뭔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매매 여성들과 업주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뒤 전국을 돌며 업주들과 여성들을 설득했고 2002년에 ‘한터 전국연합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 현재 한터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하는 활동은.

△ 성질환예방협회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의뢰해 여성들의 질병관리를 위해 콘돔을 지원받아 무상 공급하고 있는데, 1년에 약 5억원 수준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해 젤과 가그린까지 공급받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그 부분은 지원이 끊긴 상태다.

참여정부는 법을 만들고 집행하면서도 종사 여성들에게는 호의적이었다. 인간적으로 대해줬고 인권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MB정권은 업주나 아가씨나 자기들 뜻에 따르지 않으면 무조건 매로 다스린다.

“나가 주겠다. 대신 확실한 대안을 달라”

- 얼마 전 영등포에서 집장촌 여성들의 시위가 있었다.

△ 전국 어디를 가도 도심 핵심지역에 집장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회원 지역들은 그 자리에서 영원히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등포 같은 경우는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대립이 발생했다.

- 영등포 지역에서의 투쟁은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가.

△ 문제는 경찰의 단속이 아니다. 타임스퀘어, 신세계와의 갈등이다. 우리는 경찰들과 부딪히기를 원하지 않는다. 경찰은 집행권자지 결정권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결정권자는 기업과 결탁한 윗선일 텐데 그 윗선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최종 상대를 타임스퀘어, 신세계 그리고 전여옥 의원으로 잡고 싸워나갈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곳에서 나가 줄 생각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지역회장도 그 곳에서 뿌리박고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저렇게 아무런 대안 없이 공권력을 이용해 무책임하게 나온다면 우리도 어쩔 수 없다. 현재 업주가 그곳 땅 주인인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모두다 세입자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보상을 하라는 말이다.
- 현실적 보상이라면 금전적인 부분이 될 텐데 어느 정도 금액이 현실적인건가.

△ 용산의 예를 들 수 있다. 그것과 특별히 다르지 않을 텐데 세대 당 업주에게 약 5천만원 선이다.

- 영등포 지역 성매매 여성 종사자들에게는 어떤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나.

△ 우선은 이사 비용 정도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정책적으로 성매매 여성종사자들을 위한 현실적인 자활 대책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존하는 법으로는 제시할 게 없어 보인다. 법 자체를 고쳐야 한다.

“음지 성매매 활개 치는 건 정부의 ‘자업자득’”

- 과거 업주들이 여성들을 선급금으로 억압한다는 말이 있었다. 아직 남아 있나.

△ 선급금을 걸어 놓고 성매매 여성을 옭죄는 일은 사라졌다. 예전에는 그런 사례도 있었다. 만약 현재라도 선급금을 주는 업주가 있다면 그 업주는 돈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 돈 받고 여성이 경찰에 가서 신고하면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업주도 이 부분은 다 알고 있다.

- 방값, 이불값 등을 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생활비라는 것이 있었다. 물론 이것 역시 이제는 사라졌다. 콘돔은 한터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돈을 받을 일이 사라졌고 나머지 생필품은 여성 종사자 자비로 해결한다.

- 성매매 특별법 실시 이후 집장촌을 없애려는 분위기는 강해졌지만 성매매는 점점 더 음지로 파고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도둑놈은 아무리 정부에서 교육 시키고 잘 해줘도 도둑놈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 ‘자기 버릇 개 못 준다’는 옛 말이 하나 틀린 게 없다. 이 일을 하던 업주들도 처음에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식당 등을 차려 보지만 장사는 잘 안되고 임대료는 나가고… 마음 급해지면 결국 이 장사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현재 ‘키스방’, ‘대딸방’, ‘오피스텔’ 등의 새로운 영업군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운영 업주들은 전부 이전의 집장촌 업주들이다. 정부는 꿈을 깨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이 유입되어서 새로운 영업 군이 형성된 게 아니라 있던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모른다.

그로 인해 예전에는 성매매 업소가 겉으로 드러나는 집장촌 하나뿐이었는데 이제는 음지 성매매 사업 규모가 커지게 됐고 영업 형태마저 교묘해지고 단속은 더 힘들어진 것이다.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법을 만든 정부의 자업자득이다.

- 성매매 업소들은 세금을 내는가.

△ 세금 내지 않는다. 불법인데 정부에서 세금을 걷어갈 수 있겠나. 그런데 모순적인 게 불법이다 보니 세금은 안내는 대신 계속해서 벌금으로 고액을 낸다는 것이다. 일률적으로 벌금을 내는데, 종사자가 일한 기간에 따라 오래 일했으면 벌금이 더 많다. 최하 3백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까지 한다.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벌금을 내기 때문에 업주들은 ‘이제 우리 차례네, 단속 맞아야겠네’라고 생각하면서 장사를 하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성매매 업소 주인을 ‘포주’라고 하지만 더 위에는 ‘대포주’라고 불리는 정부가 있다.

“탈 성매매, 바늘구멍 빠져나가기”

- 집장촌에서 일을 하고 있거나, 새로 일하겠다고 찾아오는 여성들은 어떤 여성들인가.

△ 자꾸 우리가 말하면 입에 발린 소리라고 하는데, 한터에 가입되어 있는 성매매 여성 노동자들이 3천명이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이 넘은 시점에서 인구의 0.1%도 되지 않는 인원이다.

‘어떻게 한결 같이 자라온 환경이 비슷할 수가 있냐’고 묻지만 0.1%라는 수치는 유사한 사람들끼리 뽑아놨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조건은 다르지 않다.

무능한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든지, 부모의 구타가 심했다든지, 하고자 하는 일에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았다든지.

거기에 추가 되는 것은 ‘이성 관계에서 큰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 성매매에 몸을 담갔던 여성들이 ‘탈 성매매’를 해 제대로 된 자기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어렵다. 나가는 문이 바늘구멍만큼 좁다는 것이 이 세계의 진리 같은 말이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을 ‘계몽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집장촌에 들어오는 문은 넓지만 나가는 문은 매우 좁다. 들어오는 문을 막는 것이 집장촌을 줄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어렵다. 나가는 문이 바늘구멍만큼 좁다는 것이 이 세계의 진리 같은 말이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을 ‘계몽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집장촌에 들어오는 문은 넓지만 나가는 문은 매우 좁다. 들어오는 문을 막는 것이 집장촌을 줄이는데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처음 이곳에 유입되는, 처음 이 세계에 발 담그는 여성들에게 모든 힘을 쏟아서 이곳 일을 시작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곳에 물든 여성들이 빠져나가기는 힘들다.

- 성매매 여성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인가.

△ 그렇다. 돈이다.

- 일 하는 여성들의 자립을 도와주기 위한 대안은 어떤 것이 있는가.

△ 경제력을 축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먹고 살만한데 이 일을 하는 사람은 없다. 경제력을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줘야 한다.

돈을 적게 쓰게 하고 통장을 만들어 제테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든지, 금융 전반 등에 대한 지식, 부동산 관련 지식들을 알려 주어 돈을 모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성매매 여성들을 밀어내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 스스로 나가면 되돌아 올 확률이 적지만 밀어내면 반드시 이곳으로 되돌아온다. 억지로 밀어내는 식의 자활 강요는 100% 실패한다.

- 한터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전개 할 것인가.

△ 전국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4월 말 경에 ‘성매매 특별법 폐지’와 관련해 여의도에서 3천명 가량이 참여한 집회를 진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