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사상최대 실적 올린 삼성전자의 명암

2018-04-09     연성주 기자
[매일일보 연성주 기자]삼성전자는 요즘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날 검찰 압수수색을 당했다. 총수는 아직 운신이 자유롭지 못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삼성전자가 4분기째 사상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우리나라 기업사에 신기원을 열고 있는 셈이다.삼성전자는 지난 6일 올 1분기에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5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7.6%가 늘어나면서 사상최대를 달성했던 전분기보다도 3% 증가했다.이는 증권업계에서 당초 예상한 실적 전망치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어닝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삼성전자의 실적 호조는 무엇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호황 덕분이다. 반도체에서만 11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분의 3에 달하고 있다. 이와함께 모바일사업부문에서 갤럭시S9 조기 출시효과와 함께 구모델의 판매 호조로 인해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사상최고 실적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제 삼성전자에 사상최고라는 타이틀은 특별한 의미가 아니다.그러나 삼성전자는 환호성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대내외적 불안요인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선 오너리스크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집행유예로 석방됐으나 잇단 검찰 수사와 부정적 여론 등으로 인해 활동에 제약을 받아 사실상 총수공백이 계속되고 있다.대규모 신규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은 올스톱된지 오래다.실적발표를 한 잔칫날에 검찰이 삼성전자에 대한 네 번째 압수수색을 단행해서 삼성전자의 분위기는 싸늘히 얼어붙었다고 한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를 포함한 그룹 임직원들을 이번 주부터 소환,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공개된 삼성의 ‘노조와해’ 문서 관련 의혹들에 대한 후속 조치다.이번 사태가 삼성 경영진에 대한 조사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대외여건도 어렵기만 하다.반도체 산업의 속성을 감안하면 이른바 '수퍼호황'은 언젠가는 꺾일 수 밖에 없으나 차세대 먹거리는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데다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3년 6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도 발등의 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1분기 매출은 영업이익과 달리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는데 이는 원화 강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삼성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이 부회장이 나서야 하지만 현실이 녹록치 않다.재계에서는 “이런 분위기라면 이 부회장의 경영일선 복귀가 더 늦어질 거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지난 7일 집행유예후 첫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물밑에서 경영의 보폭을 넓히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최대실적을 올리고도 안절부절 못하는 삼성전자에게서 한국경제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