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감원장 거취 논란 결자해지할 때
민주당에 가장 우호적이던 정의당마저 김기식 금감원장을 용납하지 못했다. 이제는 김 원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단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김 원장에 대한 방어논리로 음모론을 제기해 왔다. “이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향한 공격과 마찬가지로 그를 낙마시켜 금융시장 개혁을 좌초시키려는 음모”라는 논리다.
이는 김 원장에 대한 사실상 유일한 비호 논리였다. 대다수의 온라인 민심이 김 원장의 ‘내로남불’ 행태를 비판할 때 김 원장 지지자들은 “적폐세력들이 김 원장을 공격하는 것을 보니 김 원장이 적임자이긴 적임자인가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보다 직설적인 말도 있었다. “친 재벌 정치세력과 친 재벌 언론들이 김 원장 낙마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정의당이 ‘김기식 아웃’을 외치면서 이 같은 음모론은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정의당을 친 재벌 정치세력이라고 부를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정의당의 움직임을 알고 있음에도 청와대 관계자의 입에서는 “입장 변화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를 두고 갖가지 구설이 나돈다. 조국 민정수석의 검증 책임론, 야당의 정치공세 강화 등 김 원장 해임에 따라 예상되는 사태를 막으려면 달리 수가 없다는 관측도 있고, 김 원장 말고는 예비카드가 없는 빈약한 인재풀 탓이라는 말도 들린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러는 동안 여론은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12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 50.5%의 응답자가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재벌개혁에 적합하니 사퇴하면 안된다”는 응답자는 33.4%에 그쳤다. 리얼미터가 함께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는 김 원장 외유 논란으로 고공행진해온 문 대통령 지지율마저 떨어졌다.
김 원장 거취 논란이 길어질수록 이 파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권에 상처가 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금융개혁과 재벌개혁을 제대로 해내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청와대가 하기 힘들다면 김 원장 본인이 결단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