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현대DSF M&A 비정상적 합병 논란
2대주주 한국밸류운용, 저평가된 DSF 시장가치기준 합병비율 잘못
[매일일보] 현대백화점이 현대DSF를 흡수합병하기로 선언한 가운데 현대DSF의 주주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어 합병 과정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6일 공시를 통해 현대DSF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합병이유로 든 몇 가지 이유 중 하나로 시너지를 통한 주주가치 및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현대DSF 주주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일부 대주주는 전면에 나서 쌍수를 들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밸류운용 “이번 합병 비정상 거래”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 가운데서 현대DSF의 지분 5.45%를 보유해 2대주주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하 한국밸류운용)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12일 한국밸류운용 박래신 사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번 현대백화점의 현대DSF 합병에 대해 “현대백화점이 현대DSF와의 합병비율을 산정한 기준으로 내세운 시장가치는 현저히 저평가 되어있는 현대DSF의 주가를 봤을때 비정상적 거래”라며 “이번 합병은 즉각 철회돼야 할 것”이라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현대DSF의 주주들이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합병비율을 선정한 기준이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했다는 것. 현재 현대DSF의 시장가치는 장부가치와 큰 괴리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현대DSF와의 합병비율을 산정하기 위해 최근 두 회사의 2개월간 가중평균주가를 기준으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DSF 주주는 한 주당 현대백화점 주식 0.0767466주를 배정 받는 것으로 나왔다.
2010년 기준 현대DSF의 순자산총액은 1590억원이지만 4월 28일 종가기준으로 시가총액은 1116억원이다. 28일 현대DSF의 주가가 11% 가까이 급등해 순자산가액과 시가총액 차이가 줄어들었지만 불과 몇일 전만 해도 현대DSF의 시가총액은 1000억원이 채 안됐다.
지난 12일 한국밸류운용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 사장이 이번 합병에 반대하게 된 이유도 이 같은 점에서다. 그 당시 현대DSF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인데 비해 현대백화점은 1.6배에 달했다.
“한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100원인데 이 기업을 60원에 인수하겠다면 누가 동의하겠냐”는 박 사장의 발언이 나오게 된 근거다.
현대DSF의 주식을 주당 1만638원에 매입한 한국밸류운용으로서는 이번 현대백화점이 내놓은 매수청구권 1만460원과 합병비율 두 조건 모두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28일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국밸류운용과 이번 합병에 대해 논의한 결과 한국밸류운용의 입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같은 날 한국밸류운용관계자는 “현대백화점 측과 협의한 사실은 있지만 특별히 입장변화는 없는 상태다”며 “다만 오늘(28일) 주가가 급등해 주총일까지 주가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을 내리겠다”고 답해 합병 무산의 여지를 남겨놨다.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상황이 이런 가운데 합병과정에서 5%의 현대DSF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밸류운용이 합병을 무산시키기 위해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매수청구권 금액이 100억원이 넘어가면 된다.
현대백화점이 제시한 주당 1만460원의 매수청구권 금액으로 100억원의 금액을 넘기기 위해서는 10.63%의 지분이 필요하다.
한국밸류운용은 5.45%의 현대DSF 지분을 가지고 있어 타 주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연금은 주당 1만원 내외에서 현대DSF의 지분 5%를 매입해 3대주주의 위치에 있다.
만약 한국밸류운용이 국민연금과 연대해 이번 합병에 반대하게 된다면 0.18%의 소액주주만 동참하면 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5.18%의 소액주주의 지원을 받어야 해 합병 반대가 힘들어지게 된다.
하지만 여기에 변수가 한 가지 더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인 현대그린푸드의 지분 9.06%를 가진 대주주라는 점이다. 현대백화점이 낮은 합병가액으로 현대DSF를 합병하게 된다면 현대DSF 지분에는 해가 되지만 현대그린푸드에는 득이 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현대그린푸드 지분가치는 1000억원이 넘고 이에 비해 현대DSF의 지분가치는 50억원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연금 관계자는 “현대DSF의 지분도 가지고 있지만 현대그린푸드의 지분도 소유하고 있어 복잡한 상황이다”며 “마지막 주총일까지 지켜보다 이득이 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