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예술센터 제작 인형극 '손 없는 색시’ 26일 개막
슬픔 감당하기 버거워 떠나버린 ‘손’ 찾는 시적인 연극,상실의 아픔을 위한 위로
하지만 어미의 슬픔을 품고 태어난 갓난아이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색시, 색시의 손, 색시의 늙은 아들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좇아가다 보면 상처와 불행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물음에 닿는다.
창작 초연 중심 제작극장을 표방하고 있는 남산예술센터는 장르적 경계가 사라지는 현대예술의 동시대적 특성을 반영하는 낯선 작품들을 매년 소개하고 있다. 2016년에 연극과 미술 경계를 넘나드는 적극 연출의 <아방가르드 신파극>과 시각예술가 정은영의 <변칙 판타지>를, 지난해 서현석 작가의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공연 <천사-유보된 제목>과 오브제만이 출연하는 <십년만 부탁합니다>를 제작했다.
올해는 인형과 오브제가 주인공인 <손 없는 색시>가 다양화되어가는 현대연극의 변화 흐름과 동시대 연극의 형식적 실험을 반영하기 위한 남산예술센터의 시도에 동참한다.
경민선 작가는 “이전의 삶으로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 작품에서 상처의 회복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손 없는 색시>에서는 색시의 손이 떨어진 부위가 이미 아물어 손을 붙이려 해도 붙일 수가 없다. 대신 노인으로 태어났던 아이가 손과 합쳐지면서 다시 어린아이로 되돌아간다. 결국 상처가 회복된다는 것은 본래의 상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와 상처를 기꺼이 인정하고 견뎌낸다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는 이야기꾼이자 인형 연기자다. 또한 배우들의 몸이 인형이나 오브제로 변했다가, 세트와 소품으로 기능하는 등 무대 위에서 인물과 공간을 창작해나간다.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인 ‘손’은 색시를 떠나버린 물질적인 손으로, 때로는 전쟁의 상처를 껴안은 땅으로 모습을 바꾸며 등장한다.
여기에 정교한 인형술과 각종 오브제, 도르래를 활용한 무대 구조의 조화로 희곡이 담고 있는 시적이고 상징적인 부분을 환상적으로 구현해낸다. 선율이 없이 효과음으로 구성된 음향은 손 없는 색시와 아들의 여정과 계절변화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한편 경민선 작가와 예술무대산은 이번 작품을 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희곡의 지평 확장을 시도할 예정이다. 연극관련 서적 전문 출판사 ‘연극과인간’과 함께 <손 없는 색시> 희곡집이 공연 개막일에 맞춰 출간돼 극장 로비 및 주요 서점에서 26일(목)부터 판매된다.
6월에는 출판사 ‘고래뱃속’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창작그림 동화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동화책에 삽입되는 그림은 예술무대산에서 제작한 미니어처 인형으로 표현되며 공연 기간 극장 로비에서 소규모 전시로 먼저 만나볼 수 있다.
4월 28일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경민선 작가, 조현산 연출, 이성곤 드라마투르기, 류지연 미술감독과 함께 작품과 연극적 양식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당일 공연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5월 5일 에는 1962년 완공된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남산예술센터의 역사와 무대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극장투어’도 준비됐다. 남산예술센터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해 참여할 수 있다.
<손 없는 색시>는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클립서비스, 예스24공연, 옥션 예매 사이트 등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