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家 2, 3세 '주식부자'…정용진 부회장 1위
2008-06-06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부자 아빠가 좋은 아빠?" 재벌가 2·3세들이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계열사 주식을 대거 보유하게 되면서 재벌 반열에 바짝 올라섰다. 사실 2·3세들의 주식부자 얘기는 이젠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당당하게 세금을 내고 물려주는 것"이라는 한 재벌가의 말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9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 주식 37만7400주를 물려받고, 200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주식으로 현물 납부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들의 후광효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남다르다. 이렇다 보니 재벌가에 속한 이들은 '존재만으로도 테마를 형성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벌 2, 3세 주식부호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재벌 2~3세 '황태자' 중 주식 평가액 1위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으로 나타났다. 재벌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5월23일 종가 기준으로 재계 2~3세 보유주식 자산을 평가한 결과, 정용진(40)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주식평가액이 1조6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동갑내기 사촌인 삼성그룹 이재용 전무를 훨씬 앞서고 있다. 지난해 주식 승계 이후 정 부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은 4.86%에서 7.32%로 크게 늘었다. 이명희 회장(15.33%)에 이어 신세계 2대 주주로 올라선 그는 '부회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신세계그룹의 실세로 등극했다. 게다가 최근 신세계 주가의 상승세도 한 몫 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3월 8일 발표한 '세계의 억만장자' 순위에서 정 부회장은 보유 재산 11억달러(5월2일 환율기준 1조230억원)로 840위에 올랐다. 2위는 정의선(38) 기아자동차 사장으로, 주식 평가액 5649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 사장은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 등 핵심 3개사 가운데 주가가 가장 낮은 기아차의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한미 FTA타결로 현대와 기아차 등 자동차관련주가 상승하면서 정 사장의 주식 자산규모는 더욱 증가했다.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CCO)가 주식 평가액 4748억원을 기록해 3위에 랭크됐다. 이재용 전무의 경우 지난해 총 배당금 65억원 가운데 19억원을 삼성SDS 등 비상장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아 이 회사들이 상장될 경우 배당금 순위도 크게 뛰어오를 전망이다. 4위는 정지선(36)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으로 주식 평가액이3849억원이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은 지난 2004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정지선 부회장에게 250만주(1013억원)를 증여한 바 있다. 이밖에 정몽익(46) KCC대표이사 사장이 3710억원의 주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씨(33)는 3691억원 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 정유경(36) 조선호텔 상무의 주식 평가액은 2946억원으로 집계됐다. ◇미성년 주식부자, LG家 로열패밀리 그럼 재벌가 미성년자 가운데 주식 부호는 누구일까. 재벌닷컴에 따르면 재벌가 미성년자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올해 19세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동선군으로 나타났다. 동선군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5월 현재 6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승마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한 동선군은 지난해 한화 주식을 대거 증여받아 현재 지분율이 1.67%에 이르는데, 이 회사의 주가가 5월 23일 종가를 기준으로 4만8900원이어서 평가액이 416억원이다. 동선군은 비상장사인 한화에스앤씨 주식도 증여받아 지분율이 16.67%에 이른다. 500대 부호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평가액을 갖고 있는 미성년은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의 장남 동엽군(14)이다. 최근 동엽군은 특수관계인인 전윤수 채무에 대한 법원의 매각명령으로 266만주를 처분, 보유지분이 41.04%에서 33.54%로 줄었다. 이어 3위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4남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장남 웅모군(19)으로 347억원 규모의 주식을 갖고 있으며, 4위는 올해 7살인 허용수 승산 사장의 장남 석홍군이며 그는 149억원이나 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5위인 서경배 태평양 사장의 장녀 민정양(17)은 지난해 부친인 서 사장으로부터 태평양과 아모레퍼시픽의 우선주 20만1488주를 증여받아 5월말 현재 평가액이 379억원이나 된다.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태평양 우선주 26.48%,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8.43%, 농심홀딩스 주식 0.23% 등이다. 민정양이 받게 되는 배당금은 태평양에서 3억1천365만원, 아모레퍼시픽에서 4억원이 넘는다. 윤장섭 성보실업 회장의 조카 손자인 태현군(15)은 중학교 2학년이지만 보유주식 평가액은 205억원으로 6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허창수 GS홀딩스 회장의 친인척인 원홍군(17)은 162억원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8살인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의 딸 정현양은 160억원의 주식을 보유중이다. 구본준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의 딸 연제양(18)도 보유주식 154억원이며, 구본걸 LG패션 대표이사의 친인척인 현모군(12)은 83억원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인 서원군(19)은 83억원, 함태호 오뚜기 회장의 손자인 윤식군(17)은 75억원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 한편 이들 미성년 주식부자 상위 50명 가운데 LG 및 LS그룹을 포함한 범 LG계열 구씨 가문이 8명으로 가장 많다. 이는 구씨 가문이 재벌가 중 가장 자손이 많은 대가족이고, 계열분리 등의 영향으로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들 간에 지분 분산을 확실히 해놓은 영향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라 당장 경영권 후계구도를 그리진 못하겠지만 배당을 확대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이사는 "미성년자들은 매월 또는 매분기별로 꾸준히 아버지나 가족들로부터 계열사 주식을 증여받거나 장내 매수를 통해 주식수를 늘리고 있다"면서 "이들의 주식재산은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