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재판' 건설업자母 출석…"일체 모르는 일"

2011-05-03     서정철 기자
[매일일보] 2일 열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재판에 정치자금 공여자로 지목된 건설업자 한모(수감중)씨의 어머니 김모씨가 출석했다. 하지만 검찰 예상과 달리 한 전 총리의 9억원 수수 여부를 밝힐 수 있는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열린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김씨는 "아들 사업이나 자금 흐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며 "한 전 총리와 돈을 주고 받았는지 등은 일체 모르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한 전 총리나 (함께 기소된 한 전 총리 측근) 김모씨는 나와 무관한 사람들"이라며 "둘 다 직접 만난 적 없고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수사단계에서 '아들이 한 전 총리에게 받을 돈이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법정에서 공개된 한씨의 구치소 접견CD에는 '(한 전 총리 측근)김씨에게 3억원을 돌려달라고 하라'고 권유하는 자신의 말이 녹음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같은 증거를 내미는 검찰에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아울러 현재 일산의 한 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 점을 강조하며 "당시 무슨 말을 했는지 몰라도 지금은 전혀 기억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가족사항이나 주소 등 기초적인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며 "누군가로부터 사주를 받아 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김씨 진료서에 최근 한 변호사가 김씨와 접견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이 부분에 석명을 요구했다.

이에 한 전 총리 측 변호인단은 "위증을 교사했다는 것이냐"며 "그럴 이유도, 의사도 없는데다 매우 유감스러운 발언"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김씨 건강상태 등을 살피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것은 맞지만, 당시에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듣고 10여분 대화 끝에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수사에 강한 의문이 든다"거나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재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도 불사해 양 측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김씨는 앞서 공판에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고 이번에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해 출석했다.

한편 이날 또 다른 증인으로 채택된 P건설업체 대표 백모씨는 나오지 않았다. 백 대표는 한씨가 한 전 총리 소개를 통해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정치자금 제공 등의 대가로 이같은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월부터 9월동안 세 번에 걸쳐 한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2007년 2월부터 11월까지 한씨로부터 사무실 운영 및 대통령 후보 경선 지원 명목으로 9500만원을 받고 버스와 승용차, 신용카드 등도 무상제공 받아 사용한 혐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