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호기심! 오히려 역효과!
최근 잇따라 선보인 UCC 가장한 CCC 마케팅에 소비자 반응 ‘시큰둥’
2007-06-07 류세나 기자
소비자들, ‘식상하다’ ‘배신감 느낀다’ 부정적 반응 내비쳐
“제품 호감도 떨어뜨리는 역효과”…수위 조절 필요 지적도
소비자를 속여라! 호기심을 유발하라!
3월 초 매일유업에서 선보인 ‘백부장의 굴욕’ 동영상은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촬영돼 UCC로 오인하기에 딱 이다. 동영상의 내용은 백 부장이 상품 기획을 잘못했다고 본부장에게 야단을 맞는 장면이다. “바나나가 원래 하얗다는 게 말이 됩니까?” “먹는 부분은 하얗거든요.” “그래서 어쩌라고요. 안 팔리는 걸 어쩌라고요!”
이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매일유업에 실제로 백부장이라는 사람이 존재하는지, 연기자들이 연기를 한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네티즌, “그럴 줄 알았다” 무덤덤
그러나 네티즌들은 기업들의 UCC마케팅에 대해 다소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ID runky1807의 한 네티즌은 “신인연예인이 얼굴을 알리기 위해 나온 것”이라는 의견을, aoilingo는 “너무 뻔한 패턴이라 더 생각할 필요도 없는 광고홍보다” 등의 견해를 밝혔다. 열흘 넘게 세간의 관심을 불러 모았던 ‘90일녀’가 업체 홍보용 티저광고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도 대다수 네티즌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네티즌들은 왜 UCC를 이용한 기업의 이같은 광고방식에 식상해하고 심지어는 부정적 의견까지 보이고 있는 것일까.전문가들은 UCC가 아닌 ‘광고’였다는 점에서 느끼는 배신감과 연예기획사들의 홍보방식을 근본적인 이유로 거론하고 있다. 이정아 광고학 박사는 “광고가 아닌 것처럼 교묘히 속이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실체가 드러났을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제품에 대한 호감, 선호도 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며 티저광고의 한계점을 설명했다. 지나친 포장의 티저광고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어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CCC마케팅에 반감을 갖는 두 번째 이유는 연예기획사들이 UCC를 연예계 데뷔를 앞둔 지망생들을 대중에게 알리고, 스타로서의 자질을 시험해보는 장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기업의 CCC마케팅 역시 네티즌들에게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예기획사의 ‘스타만들기 프로젝트’와 기업CCC는 인터넷 동영상이라는 같은 유형의 매개체를 사용하고 있기에 서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난 셈.실제로 얼짱 사이트에서부터 도자기녀 동영상 등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커뮤니티와 UCC는 의외의 인물들을 대중의 시선 속으로 떠오르게 했고,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연예계로 진출하기도 했다. 그 중 UCC 동영상으로 얼굴을 알린 키스피아노, 떨녀 등은 연예계 데뷔를 앞두고 연예기획사들이 시험적으로 동영상을 유포한 것으로 밝혀져 네티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꿈을 이루기 위해 인터넷이란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고, 자사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순 없지만, 일각에서 UCC의 아마추어리즘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