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장”…李-朴 대혈투

李악물고 덤빌테니 朴터지게 싸워보자자!…한나라 ‘빅2’ 목숨 건 검증전쟁 서막 올려

2007-06-08     최봉석 기자

이명박 “박근혜 캠프는 네거티브 총본산, 정치공작소”

박근혜 “본선서 문제될 것, 이명박 X파일은 분명있다”

[148호 경제] 누군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어떤 당의 대선후보 경선전이 ‘대통령을 잘 뽑기 위해’ 혹은 ‘국민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반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당 지도부마저 “양측의 싸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당신의 이런 주장은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가, 당안팎에서는 ‘빅2’의 움직임이 해당(害黨)행위라며 절대 좌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데 당신은 어떤 근거로 올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대선 승리를 위해 적과의 다툼이 아니라 아군끼리 ‘법적 대응’을 불사하면서 창과 방패의 불꽃튀는 공방을 벌이는 게 대선 행보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가.

어쨌든 이런 질문과 답이 나올 수밖에 없을만큼 유력 대선 예비주자들끼리의 이상한 ‘전면전’이 실제 발생하고 있다.

그것도 지난 2월초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원내 제1당의 지위를 넘겨받은 한나라당에서, 현재 70%에 육박하는 고공지지율을 그대로 유지만 한다면 올 대선에서 승리는 따논 당상인 한나라당에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이명박 박근혜 두 한나라당 대선주자간의 난타전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관련기사 6-7면>

한나라당은 지난 5월29일 광주에서 첫 번째 경선예비후보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책토론회는 후보들이 각 분야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고 상호 검증하는 등 ‘차별화’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기회인데, 여기에는 이명박 박근혜를 포함해 홍준표, 고진화, 원희룡 등 5명의 경선 후보들이 참여 중이다.사실 정책토론회라는 게 표심을 가르는 변수, 그러니까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선을 흥미롭게 하는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실은 ‘검증’과 관련된 내용들, 예를 들면 한쪽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갖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는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옳다.다시 말해 ‘정책’에 대한 ‘토론’이란 거창한 이름을 내세웠지만 대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벌이는 토론이라는 점을 보면 ‘밀리면 끝장’이라는 단호한 의지 속에서 ‘빅2’가 벌이는 사생결단식으로 진행하는 내전(內戰)양상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다.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고 위안을 삼더라도 어찌됐든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는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에 대선을 승리하기 위해선 ‘확실한’ 후보가 있어야 한다는 데 앞장서 반대할 내부 구성원은 없다. 하지만 오는 8월 경선을 목전에 두고 지지율 대반전을 위해 이른바 ‘6월 총공세’에 돌입한 박근혜 전 대표측과 이에 대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의 맞대응은 당내에서도 ‘도를 넘어섰다’며 강한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때문에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는 “검증을 빙자한 과도한 정치공세는 명백한 이적행위에 해당한다”며 ‘빅2’의 공방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도 “향후 제기되는 검증 문제에 대해선 즉각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를 할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며 정치공작에 가까운 ‘폭로’에 대한 양측의 자제를 거듭 요청하고 있다.

‘도’ 넘어선 ‘6월 총공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을 끊임없이 괴롭혀왔던 한반도 대운하 검증에 이어 재산문제 의혹에 이르기까지 공격의 수위를 높이며 “진실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고, 이 전 시장은 핵심 참모들과 함께 매일같이 장시간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숙의하더니 결국 자신과 관련된 차명 재산보유설과 투자운용회사 BBK와의 연루 의혹설에 대한 해명에 나서며 반격에 나섰다.이 전 시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랜 기간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로 재직했지만 현재 땅 한 귀퉁이도 남의 이름으로 숨겨 놓은 것이 없고, BBK와 관련해서도 단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으며 직접이든 간접이든 관계가 없다”고 그동안 유지해오던 ‘자제모드’를 해제했다.그러더니 8일에는 박근혜 전 대표 캠프를 ‘네거티브의 총본산’ ‘정치공작소’라는 표현을 통해 그게 그거 같지만 박 전 대표측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떤 목적이 비교적 분명한, 박 전 대표측의 향후 대선전략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용어를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이명박측은 현재 공동 대변인 3명을 풀가동 중인데, 먼저 장광근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표 캠프를 ‘이명박 죽이기 정치공작소’라고 규정했고, ‘차명재산 8천억~9천억원’ 의혹을 제기한 곽성문 의원에 대해선 ‘이명박 죽이기 정치공작팀의 행동대원’으로 힐난했다. 곧바로 박형준 대변인도 보도자료에서 “박 전 대표 캠프는 루머의 생산과 유통은 물론 뒤처리까지 다 하는 네거티브의 총본산”이라고 주장했고, 진수희 대변인은 “검찰 고발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대대적인 ‘역공’에 나서는 모습이다.

박근혜측 공격에 이명박측 대대적 역공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전 시장측 캠프에선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을 모아둔 이른바 ‘박근혜 X-파일’을 정리 중이라는 소리와 함께, 여의도 정가에는 떠돌고 있다는 ‘박근혜 CD’를 입수했다는 루머도 있어, 이 전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많이 참아왔으나…”라고 표현한 데는 뭔가 나름대로 꿍꿍이 속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이 전 시장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최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카더라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해당행위자이자 이적행위자”라며 “당을 송두리째 흔들어 당을 극도의 분열 양상으로 몰고가겠다는 것인데,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혀, 박 전 대표측의 의혹 검증에 맞불 작전에 착수할 가능성마저 시사하고 있다.이 전 시장측의 이 같은 액션은 한나라당의 정책토론회가 이제 시작단계이고, 향후 대선행보에서의 거침없는 행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공격임을 감안하더라도, 당이 검증공방의 ‘포연’에 휩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이명박 X파일’을 아예 꺼내지도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살만한 내용이다.때문에 이 같은 이 전 시장측의 움직임을 박 전 대표측 캠프가 가만두고 볼 리 없다.이 전 시장측이 긴급기자회견을 열자 한선교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해명이 국민적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검증위에서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일명 ‘이명박 옥죄기’ 작전의 선두에 서 있다는 의혹 때문에 ‘네거티브 행동대’로 이 전 시장측의 야유를 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이 전 시장이 BBK와 무관하다고 하는데 명함까지 파 가지고 다녔겠느냐”면서 “여러 의혹에 대해 전혀 해명이 안됐다”고 밝혔다.

박근혜측 “X파일, 분명히 존재한다”

박근혜 캠프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이 전 시장측의 의혹들은 본선에서 문제가 될 것인만큼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명박 X-파일’의 존재 근거를 가장 먼저 제시했던 곽성문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X파일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이처럼 양측간의 검증공방이 도를 넘어선 까닭에, 두 사람의 치열한 공방전은 당 내부에서도 지지를 전혀 얻지 못한 상태다. 강재섭 대표는 “양측간 검증공방을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과 박 전 대표측 최경환 곽성문 의원을 당 검증위 의결절차를 걸쳐 윤리위에 회부키로 했다. 그럼에도 양측 ‘빅2’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투를 고집하려는 분위기다. 이 전 시장측은 ‘당이 분열될 것’이라는 지지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흠집내고 있는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해선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며 ‘승기’를 잡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검증사태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이 전 시장측의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공방에 휘말린 뒤 이 전 시장의 ‘대세론’이 이처럼 심각하게 흔들리고 결과적으로 두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최근 한 자리 수로 줄어드는 등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까닭에 박 전 대표측 역시 현재 진행중인 ‘전투’를 중단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최근 조인스닷컴이 미디어다음ㆍ리서치앤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35.6%로 지지율 선두를 여전히 기록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28.5%를 기록하며 이 전 시장의 턱 밑까지 따라잡은 형국이다. 박 전 대표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11일 오전 10시 염창동 한나라당 중앙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대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정치전문가 “둘 중 하나는 죽는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명박 전 시장측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박 전 대표측이 상승하는 분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박 전 대표측이 발표하는 공세들이 네거티브성 허위로 밝혀질 경우 박 캠프측이 오히려 역효과를 보고,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빠르게 복원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이 전 시장측의 네거티브성 공세로 인해 박 전 대표측의 감추고 싶은 부분들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경우 이 전 시장측도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한쪽이 한쪽에 대한 공격을 계속 시도할 경우 어느 한쪽은 죽거나 혹은 살거나 아니면 탈당하거나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상황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같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 ‘빅2’의 전투를 지켜보는 국민의 입에선 이런 말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도대체 누가 남게 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