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끝장”…李-朴 대혈투
李악물고 덤빌테니 朴터지게 싸워보자자!…한나라 ‘빅2’ 목숨 건 검증전쟁 서막 올려
이명박 “박근혜 캠프는 네거티브 총본산, 정치공작소”
박근혜 “본선서 문제될 것, 이명박 X파일은 분명있다”
[148호 경제] 누군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어떤 당의 대선후보 경선전이 ‘대통령을 잘 뽑기 위해’ 혹은 ‘국민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한다면 다음과 같은 반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당 지도부마저 “양측의 싸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표현하는데, 당신의 이런 주장은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가, 당안팎에서는 ‘빅2’의 움직임이 해당(害黨)행위라며 절대 좌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데 당신은 어떤 근거로 올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대선 승리를 위해 적과의 다툼이 아니라 아군끼리 ‘법적 대응’을 불사하면서 창과 방패의 불꽃튀는 공방을 벌이는 게 대선 행보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가.
어쨌든 이런 질문과 답이 나올 수밖에 없을만큼 유력 대선 예비주자들끼리의 이상한 ‘전면전’이 실제 발생하고 있다.
그것도 지난 2월초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원내 제1당의 지위를 넘겨받은 한나라당에서, 현재 70%에 육박하는 고공지지율을 그대로 유지만 한다면 올 대선에서 승리는 따논 당상인 한나라당에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이명박 박근혜 두 한나라당 대선주자간의 난타전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관련기사 6-7면>
한나라당은 지난 5월29일 광주에서 첫 번째 경선예비후보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정책토론회는 후보들이 각 분야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고 상호 검증하는 등 ‘차별화’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기회인데, 여기에는 이명박 박근혜를 포함해 홍준표, 고진화, 원희룡 등 5명의 경선 후보들이 참여 중이다.사실 정책토론회라는 게 표심을 가르는 변수, 그러니까 지지율 변화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선을 흥미롭게 하는 요소’임에는 분명하지만 실은 ‘검증’과 관련된 내용들, 예를 들면 한쪽 후보가 상대 후보에게 갖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는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옳다.다시 말해 ‘정책’에 대한 ‘토론’이란 거창한 이름을 내세웠지만 대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벌이는 토론이라는 점을 보면 ‘밀리면 끝장’이라는 단호한 의지 속에서 ‘빅2’가 벌이는 사생결단식으로 진행하는 내전(內戰)양상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다.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고 위안을 삼더라도 어찌됐든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패배한 경험이 있는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에 대선을 승리하기 위해선 ‘확실한’ 후보가 있어야 한다는 데 앞장서 반대할 내부 구성원은 없다. 하지만 오는 8월 경선을 목전에 두고 지지율 대반전을 위해 이른바 ‘6월 총공세’에 돌입한 박근혜 전 대표측과 이에 대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의 맞대응은 당내에서도 ‘도를 넘어섰다’며 강한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때문에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는 “검증을 빙자한 과도한 정치공세는 명백한 이적행위에 해당한다”며 ‘빅2’의 공방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도 “향후 제기되는 검증 문제에 대해선 즉각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를 할 것”이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며 정치공작에 가까운 ‘폭로’에 대한 양측의 자제를 거듭 요청하고 있다.‘도’ 넘어선 ‘6월 총공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을 끊임없이 괴롭혀왔던 한반도 대운하 검증에 이어 재산문제 의혹에 이르기까지 공격의 수위를 높이며 “진실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고, 이 전 시장은 핵심 참모들과 함께 매일같이 장시간 대책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숙의하더니 결국 자신과 관련된 차명 재산보유설과 투자운용회사 BBK와의 연루 의혹설에 대한 해명에 나서며 반격에 나섰다.이 전 시장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랜 기간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로 재직했지만 현재 땅 한 귀퉁이도 남의 이름으로 숨겨 놓은 것이 없고, BBK와 관련해서도 단 한 주의 주식도 갖고 있지 않으며 직접이든 간접이든 관계가 없다”고 그동안 유지해오던 ‘자제모드’를 해제했다.그러더니 8일에는 박근혜 전 대표 캠프를 ‘네거티브의 총본산’ ‘정치공작소’라는 표현을 통해 그게 그거 같지만 박 전 대표측의 입장에서 볼 때는 어떤 목적이 비교적 분명한, 박 전 대표측의 향후 대선전략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용어를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이명박측은 현재 공동 대변인 3명을 풀가동 중인데, 먼저 장광근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표 캠프를 ‘이명박 죽이기 정치공작소’라고 규정했고, ‘차명재산 8천억~9천억원’ 의혹을 제기한 곽성문 의원에 대해선 ‘이명박 죽이기 정치공작팀의 행동대원’으로 힐난했다. 곧바로 박형준 대변인도 보도자료에서 “박 전 대표 캠프는 루머의 생산과 유통은 물론 뒤처리까지 다 하는 네거티브의 총본산”이라고 주장했고, 진수희 대변인은 “검찰 고발 등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대대적인 ‘역공’에 나서는 모습이다.박근혜측 공격에 이명박측 대대적 역공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전 시장측 캠프에선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을 모아둔 이른바 ‘박근혜 X-파일’을 정리 중이라는 소리와 함께, 여의도 정가에는 떠돌고 있다는 ‘박근혜 CD’를 입수했다는 루머도 있어, 이 전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많이 참아왔으나…”라고 표현한 데는 뭔가 나름대로 꿍꿍이 속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박근혜측 “X파일, 분명히 존재한다”
박근혜 캠프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 “이 전 시장측의 의혹들은 본선에서 문제가 될 것인만큼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명박 X-파일’의 존재 근거를 가장 먼저 제시했던 곽성문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X파일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이처럼 양측간의 검증공방이 도를 넘어선 까닭에, 두 사람의 치열한 공방전은 당 내부에서도 지지를 전혀 얻지 못한 상태다. 강재섭 대표는 “양측간 검증공방을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과 박 전 대표측 최경환 곽성문 의원을 당 검증위 의결절차를 걸쳐 윤리위에 회부키로 했다. 그럼에도 양측 ‘빅2’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투를 고집하려는 분위기다. 이 전 시장측은 ‘당이 분열될 것’이라는 지지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흠집내고 있는 유언비어 유포자에 대해선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며 ‘승기’를 잡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검증사태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이 전 시장측의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공방에 휘말린 뒤 이 전 시장의 ‘대세론’이 이처럼 심각하게 흔들리고 결과적으로 두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최근 한 자리 수로 줄어드는 등 두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까닭에 박 전 대표측 역시 현재 진행중인 ‘전투’를 중단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최근 조인스닷컴이 미디어다음ㆍ리서치앤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전 시장은 35.6%로 지지율 선두를 여전히 기록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28.5%를 기록하며 이 전 시장의 턱 밑까지 따라잡은 형국이다. 박 전 대표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11일 오전 10시 염창동 한나라당 중앙당사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7대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 나서겠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정치전문가 “둘 중 하나는 죽는다”
정치전문가들은 이명박 전 시장측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박 전 대표측이 상승하는 분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박 전 대표측이 발표하는 공세들이 네거티브성 허위로 밝혀질 경우 박 캠프측이 오히려 역효과를 보고,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빠르게 복원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이 전 시장측의 네거티브성 공세로 인해 박 전 대표측의 감추고 싶은 부분들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경우 이 전 시장측도 적잖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래서 한쪽이 한쪽에 대한 공격을 계속 시도할 경우 어느 한쪽은 죽거나 혹은 살거나 아니면 탈당하거나라는 극단적인 선택의 상황을 만들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같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 ‘빅2’의 전투를 지켜보는 국민의 입에선 이런 말들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도대체 누가 남게 되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