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노조원들 “민주노총은 애증관계”
‘강성’ 서울지하철노조가 민노총 탈퇴한 이유…“우리를 지켜주지 못했다”
2011-05-05 서정철 기자
현재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은 40대 이상이 80%를 이루고 있다. 초창기 민주노총 창립에 적극적이었던 조합원들이 탈퇴에 손을 들어줬다는 뜻이다.
“2007년 총파업하고 사측에서 보복 당할 때 해준 게 하나도 없다”
“몇 차례 파업 끝 복지 다 사라졌고 인원도 감축…울타리 못 돼줘”
노조의 두 가지 역할
노조의 역할은 조합원에 대한 복지문제와 사회적 책무로 나뉜다. 노조가 복지문제에 매몰되고 사회적 책무를 방기한다면 최근 정규직 세습을 단협에 명시하려고 했던 현대자동차노조와 같은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반대로 사회적 책무에 매달려 조합원들의 권익에 소홀하다면 조합원들이 베겨내지 못한다. 양쪽의 평형추를 맞추는 것이 노조가 늘 고민해야할 문제다. 그동안 민주노총이 움직인 ‘정치투쟁’에는 늘 서울지하철노조가 선두에 섰다. 서울지하철노조는 1994년에는 임금 교섭이 결렬된 뒤 전국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에 공권력이 투입되자 철도, 부산지하철노조와 공동 총파업을 진행했다. 이어 1996년에는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총파업, 1997년에는 노동법 개악에 대한 총파업이 있었다. 또 서울지하철노조는 1999년 구조조정에 맞서 공공기관으론 처음으로 8000명이 참여하는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그들은 명동성당과 서울대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 격렬하게 시위하며 IMF 외환위기의 구조조정에 맞섰다. 이 파업은 8일 동안 진행됐으며 ‘시민의 발을 볼모잡았다’는 사회의 비난에 결국 파업을 접었다. 그리고 2004년에는 궤도연대 산하 5개 노조가 위원장과 24명 고소 및 직위해제를 걸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후폭풍은 서울지하철노조가 홀로 떠 안았다. 그게 문제였다. 잇따른 파업으로 해고자가 발생했으며 해고자에 대한 인건비가 최근 10년간 159억원에 달했다. “민주노총식 전투에 이긴적이 있느냐”는 볼 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의 정서에는 ‘민주노총이 우리를 못 지켜줬다’는 기류가 팽배했다. 총파업하고 정부와 사측에 의해 누군가는 해고당하고, 누군가는 보복 당하며, 복지혜택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동안 민주노총이 해준 게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다.상황파악 못한 민노총
서울지하철노조 입장에서 민주노총은 더이상 ‘울타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서운했다. 탈퇴를 묻는 총투표가 벌어지는 과정에서도 민주노총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했다. 현 집행부를 ‘어용’으로 매도하는 ‘마타도어용’ 전단지만 35종이 넘게 뿌려졌다. 차라리 그동안 지켜주지 못했서 미안하다고 머리를 숙여야 했고 감싸 안아야했다. 결국 민주노총이 노조법 재개정, 최저임금 현실화 등 다른 정치투쟁을 준비하고 있을 때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들은 마음은 떠났다. 서울지하철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애증'의 관계로 표현한다. 민주노총을 싫어하는것이 아니란다. 애증의 관계다. 민주노총 탈퇴를 묻는 총투표를 하면서도 그들은 못내 마음이 불편했다.여전히 민주노총은 서울지하철노조의 탈퇴를 놓고 특정 정치세력이 개입된 민주노조 와해공작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에서 쓰는 은어 중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말이 있다. 차라리 민주노총은 '지못미'라고 외쳐라. 그래야 노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