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복합금융점포’ 개설바람…성공여부는 ‘글쎄’

금융산업 변화 발맞춰 비(非)은행 금융그룹도 복합금융점포 잇따라 설립

2007-06-08     류세나 기자

[148호 경제] 최근 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 증권 등의 금융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복합금융점포’ 개설바람이 불고 있다. 은행권이 은행•증권 연계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금융점포를 잇따라 설립,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보험사도 이에 가세한 형국이다.
그러나 복합금융점포를 개설한 보험사들은 은행과 같은 지주회사의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계열사 간의 정보공유.사업비 부담 등으로 실질적 서비스 제공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금융당국 측의 대응이 전무한 상태라 보험사 중심 복합금융점포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백화점’, 증권•보험 등 한곳서…자회사간 시너지효과 노려

가장 최근 복합금융점포 개설바람에 가세한 기업은 흥국금융그룹. 흥국금융그룹은 지난 4일 고객중심문화를 선도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서울, 부산 등 10곳에 ‘흥국금융플라자’를 오픈했다. 흥국생명 이진실 홍보과장은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심 끝에 얻어낸 결론이 한 곳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플라자’였다”면서 “최근 늘어나고 있는 ‘복합금융점포’ 대열에 합류했다기보다,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융플라자 개설에 눈을 돌린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설된 10곳의 흥국금융플라자에서는 흥국생명, 흥국쌍용화재 등 두 계열사의 업무만을 다루고 있지만, 향후 흥국투자신탁운용, 흥국증권, 고려상호저축은행, 예가람상호저축은행 등의 계열사도 합류해 전국적으로 40여개의 복합금융점포를 설치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지난 2월 서울 종로에 대한생명, 한화증권, 한화손해보험 등 계열사의 업무를 한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한화금융플라자’ 1호를 선보였으며 현재 서울을 포함한 의정부, 포항 등 5곳에 복합금융점포가 개설된 상태다. 대한생명 홍보실 배재현 대리는 “고객들은 한자리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회사 측은 계열사를 따로 홍보하지 않고도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는 마케팅 효과 등의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면서 “내년까지 전국에 한화금융플라자 70여개를 추가 신설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동양생명도 올 초 동양종금증권과 제휴해 ‘VIP센터’와 ‘리치(Rich)센터’ 등 하이브리드 마케팅 센터를 오픈,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 2005년 복합점포를 개설한 이후 현재까지 47개로 국내 최대 금융플라자를 보유한 미래에셋생명은 연내에 전국의 지역거점을 중심으로 최대 60여개 이상의 복합점포를 확보할 예정이며, 동부생명도 2002년 동부화재와 결합해 1개소의 금융플라자를 확보하고 있다.

전산 시스템 통합돼야 진정한 원스톱 실현

복합금융점포가 신설•확충되고 첫 번째 이유는 단순 보험판매에서 벗어나 증권, 펀드 등의 판매부터 상속, 세무상담 등의 재무컨설팅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로 고객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동시에 타 금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자연스레 끌어올 수 있다는 점도 다른 이유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험사 중심의 복합금융점포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원스톱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등의 반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그 이유는 복합금융점포를 개설한 모든 보험사들은 은행과 같은 ‘지주회사’의 형태를 띠고 있지 않아서다. 결국 상호계열사 간의 전산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은 것은 기본(?), 같은 장소에 금융사들이 모여 있을 뿐, 정보공유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즉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의 복합금융점포는 고객서비스 ‘창구’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대한생명 홍보실 배재현 대리는 “계열사 간의 전산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전산의 비통합이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흥국생명 이진실 홍보과장은 또한 “금융플라자 내의 모든 계열사들은 각각의 전산을 통해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복합점포 양적팽창 조장하나?

기업경영에 있어 실제적인 경쟁력이 영업에 있는 만큼 “복합금융점포의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목소리는 내부에서 예전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2006년에 개설된 동부, 동양금융플라자의 경우 아직까지 한 개소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보험사의 금융지주사 허용 등 실질적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섣부른 투자를 할 수 없는 기업의 실정을 입증해주는 사례다.금융당국은 이와 관련 보험사 중심 복합금융점포가 2002년에 처음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아직까지 보험사 중심의 복합금융점포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없어 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의 경영방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면서 “구체적 운영방법은 금융당국이 간섭할 사항이 아니며, 점포개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편법 등의 사항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해 복합금융점포가 질은 무시한 채 양적인 팽창만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측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한 생보사 관계자는 “금융업종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은행, 증권 등 타 업종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복합금융점포가 활성화 돼야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련제도 개선 등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