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사실상 정치중립 거부 선언?
선관위 결정에 맞짱?…"李.朴 공약에 절대 속지 말라
2008-06-09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 노무현 대통령이 현행 선거법을 향해 '위헌''위선'이라는 표현으로 써가며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략으로 선관위의 결정에 정면으로 맞섰다. 노 대통령은 또 '이명박.박근혜' 두 주자와 '언론'를 싸잡아 비판하는 등 선관위 결정 후에도 강한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 노 대통령은 8일 원광대학교(총장 나용호)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국 민주주의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의 특강에서 "제왕적으로 당을 지배하는 제왕적 권력은 사라졌고 부작용도 많이 해소됐다. 대통령의 정치 중립론이 있는데 어떻게 대통령이 정치중립을 하나"라고 주장했다. ◇ "선거법 모호한 구성 '위헌'...여러 방도 찾겠다" 노 대통령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고현철) 결정에 "어디까지가 선거운동이고 정치중립이냐. 모호한 구성 요건은 위헌"이라면서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위선적인 제도"라고 반론을 펼쳤다. 노 대통령은 '선거법에 불합리한 구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노력해 보겠지만 정부가 선거법을 함부로 할 수도 없고 난감하다. 여러가지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은 가치와 전략을 가지고 정당과 함께 치열한 승부를 통해 정권을 잡고 그 다음 정권을 지키는 것"이라면서 "비록 제가 다시 안 나오더라도 (그런)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 아니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의 이날 특강은 선관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치적 발언은 계속해 나갈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지난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의 강연과 비교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축소 강연'이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 "李.朴 공약에 절대 속지 말라...'노명박' 만큼만 하라" 노 대통령은 특히 이명박.박근혜 두 유력 대선 주자의 '감세론' 공약을 언급 "이런 것에는 절대 속지 말라"고 당부하며 대선 개입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절대 세금을 깎아서는 안된다. 감세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보육예산 들어주고 복지한다고 하는데 '도깨비 방망이로 돈을 만드냐''흥부박씨가 어디서 날라오나'"라고 포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특강 서두에서 이 전 시장을 지목해 "학위수여장을 보니 '명박(명예박사)'이라 써놨던데 제가 '노명박'이 되는 건가 싶다"며 "하여튼 이명박씨가 '노명박'만큼만 잘하면 괜찮겠다. 자화자찬 같지만 '노명박 만큼만 해라' 이렇게 하고 넘어가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공약과 관련해 다시금 "민자유치하겠다 하는데 민자가 진짜 들어오겠나"라며 "정치적 평가가 아니냐. 참여정부 실패했다 하는데 '여보쇼 그러지 마쇼 당신보다는 내가 나아. 나만큼만 하시오' 그 이야기다"고 따졌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명박씨의 감세론은 (연)6조 8000억의 세수 결손을 가져오게 돼 있다. 이 돈이면 교육혁신을 할 수 있고 복지수준을 한참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연정을 제안한 것을 두고 "어떻게 독재자의 딸과 (연정을)할 수 있느냐는데, 합당하는 것과 연정하는 것은 아주 다른 것이다. 합당과 연정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저를 공격하니 제가 얼마나 힘이 들겠나"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이.박 두 주자의 '참여정부 실패론'에 "실패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중상모략하는 사람이라 단정한다"며 "(만약 참여정부 성과를)알고도 이야기한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날을 세웠다. ◇ "호남인들 휘둘리지 말라", '지역주의 타파' 재강조 노 대통령은 두 주자를 향한 비판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치 철학인 '지역주의 타파'로 연결시켰다. 노 대통령은 일각의 '참여정부 국정 실패론'을 거론하고 "왜 실패인지 나와서 이야기를 해보자"며 "(실패를 이야기하는 이들은)지역주의를 부추키면 안방에서 당선되기 때문에 안방정치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호남의 고립은 계속된다. 과거 (대선에서)이인제씨가 동쪽에서 500만표를 깨주지 않았으면 이기지 못하는 것 아니었나"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깨고 정책대결로 가야 한다.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를 해야지, 지역으로 대결해선 안된다. 호남 국민 여러분들이 절대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탈당 범여권 후보와 손학규 전 지사를 향해서도 '보따리'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력 성토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빗대 "서울에서 영남으로 내려간 사람도 있는데 자기 지역이라도 지켜야 하지 않나. 왜 보따리를 싸들고 오락가락 하나"라며 "그래서 정치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다음 정부서 기자실 부활 않게 '대못질'" 노 대통령은 이날 특강에서 "다음 정권에서 기자실이 되살아 날 것 같아서 제가 확실히 대못질을 해버리고 넘겨줄려고 한다"라며 자신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게)정치인과 대통령은 밥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일을 할 수 있느냐. 충분하진 않지만 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지지.참여해 주는 사람들의 조직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했다. 노 대통령은 또 "(과거)정부에는 강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저는 강자라 생각하지 않는데 여전히 정부라는 이유만으로 정부를 뒤틀고 꼬집고 그러면 한 몫 보는 줄 아는 이들이 있다"면서 "그래서 간판에는 '할말은 하는 언론' 이렇게 나온다"라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은 "이제는 (언론)자신이 지배권력이 되려 하고 있다"면서 "언론은 언론자유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것이라 말하고 있는데 사실은 돈.금권으로부터의 자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보다 직접적으로 "언론사주로부터의 자유가 진정한 언론의 자유다. 사주로부터의 언론자유를 이야기해야지 난데없이 참여정부로터의 언론자유를 이야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 노사모 애정 과시, 특강 후 "말하고 보니 박사감이네" 농담 이밖에 노 대통령은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에 대해 "돈 정치를 추방할 수 있었던 것은 노사모 덕분"이라면서 "노사모가 돈도 많이 모아줬지만 돈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기 때문"이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회가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 여소야대가 좋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정당정치가 있기 이전에 생긴 아주 원론적인 권력분립론"이라며 "정당에 의해 의회와 정부는 통합되고 정당과 정당간 견제가 유지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음 선거에서 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의미와 새로운 발전론'에 장시간의 시간을 할애해 강연하고 "한국에서 모든 좌절의 역사는 분열에서 비롯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열주의를 극복하고 통합의 정치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강 마무리에서 노 대통령은 '기자실 문제'를 언급한 뒤 딱딱한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서인 듯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딱 말씀을 드려놓고 보니 박사감이네요. 뭐"라며 청중들의 웃음을 유도했다. ◇ 한나라 "적반하장 유분수, 정치자유 따를려면 대통령직 던져라" 노 대통령의 연이은 공세에 한나라당은 "현직 대통령이 세 번이나 선거법을 위반한 것을 두고 국민앞에 사죄하는 것이 마땅한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공세를 취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적 자유가 절대적 자유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정치적 자유권은 절대적 자유권이 아니다"며 "당연히 선거에서의 중립의무에 의해 제한되는 것"이라고 따졌다. 나 대변인은 이어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봉사자로서의 책무를 팽개치고 특정 정파의 봉사자만을 자처하는 것"이라면서 "개인으로서의 정치적 자유가 그렇게 소중하다면 대통령의 직위를 벗어버리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나 대변인은 "선거중립의무를 무시하고 선관위의 결정을 보란 듯이 위반하는 대통령은 헌법수호책무를 이행하기는커녕 헌법을 짓밟고 초헌법적 독재자로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 李.朴 "대통령 이제는 헌법과 싸우나"..정치적 노림수 '경계' 노 대통령의 특강에서 직접적인 비판 대상이 됐던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도 즉각 불쾌한 반응을 내놓으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 전 시장의 박형준 대변인은 "오기와 어깃장. 이것이 노무현다움임을 이제 누가 모르겠나"라며 "선거법 위반 결정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이제는 헌법기관인 선관위와 싸우려 하고 있다. 헌법과 싸우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왜 이렇게 이명박 끌어내리기에 집착하는가"라고 물은 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무능과 실정을 은폐하면서 국민지지 1위 후보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범여권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려는 정치적 노림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측 김재원 의원도 "노 대통령이 (선관위)결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헌법 파괴적인 태도이자 헌정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처사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대통령이 한나라당 후보를 공격하고 있는데 대선과정에서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면서 "(갈수록)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후보의 사소한 약점을 캐내 선거판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노 대통령의 이날 특강은 김신일 교육부총리,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한병도 국회의원, 김완주 전북도지사, 최규호 전북교육감, 서거석 전북대 총장, 김주훈 조선대 총장을 비롯한 외부인사와 원광학원 윤여웅 이사장, 나용호 총장, 교직원, 학생 등 내.외빈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시간 20여분간 진행됐다. / 우은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