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87년 후 숙제로 남은 지역주의 청산하자"
2008-06-10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단임제와 일반적으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선거법.당정분리 같은 제도는 고쳐야 한다"며 "여소야대가 좋다는 견제론과 연합을 야합으로 몰아붙이는 인식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다운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에서 "눈앞의 정치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후진적인 정치제도도 고쳐서 선진 민주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87년 후 숙제로 남아있는 지역주의 정치.기회주의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면서 "수구세력에 이겨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지역주의를 부활시켜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노 대통령은 "군사독재의 잔재들은 아직도 건재하여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있고 민주세력은 패배주의에 빠져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수구언론들은 그들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세력을 흔들고 수구의 가치를 수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아직 반민주 악법의 개혁은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지난날의 기득권 세력들은 수구언론과 결탁해 끊임없이 개혁을 반대하고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심지어 국민으로부터 정통성을 부여받은 민주정부를 친북 좌파정권으로 매도하고 무능보다는 부패가 낫다는 망언까지 서슴지 않음으로써 지난날의 안보독재와 부패세력의 본색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나아가서는 민주세력 무능론까지 들고 나와 민주적 가치와 정책이 아니라 지난날 개발독재의 후광을 빌려 정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박근혜.이명박 한나라당 두 유력 대선 주자를 군사독재 잔재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의 주장과 집권의도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언론을 향해서도 "지난날 독재권력의 앞잡이가 되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민주시민을 폭도로 매도했던 수구언론들 그들은 (이제)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세력을 흔들고 수구의 가치를 수호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따졌다. 노 대통령은 "저는 그들 중에 누구도 국민 앞에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다시 한번 "언론이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특권을 주장하고 스스로 정치권력이 되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사실에 충실하고 공정하고 책임있는 언론이 돼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언론의 수준만큼 발전할 것이다. 이것이 마지막 남은 개혁의 과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앞서 6.10민주항쟁의 의미에 대해 "국민이 승리한 역사"라면서 "자연발생적인 항쟁이 아니라 잘 조직되고 체계화된 국민적 투쟁이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6.10의 승리는 축적된 역사의 결실이다. 우리 국민은 수많은 좌절을 통해 가슴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신념을 키우고 역량을 축적해 왔다"며 "의미있는 좌절은 단지 좌절이 아니라 더 큰 진보를 위한 소중한 축적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또 87년 후 우리 정치.경제.사회의 발자취를 간단하게 분석한 뒤 "97년 경제위기 때문에 많은 지체가 있었다"며 "아직도 그 당시의 지표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항목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97년 후 우리 경제의 지체를 빌미로 민주세력의 무능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참으로 양심이 없는 사람들의 염치없는 중상모략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이 모양이 된 것은 6월항쟁 이후 지배세력의 교체도 정치적 주도권의 교체도 확실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민주세력의 분열과 기회주의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즉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와 기회주의를 확실히 청산하지 못했던 점과 수구언론이 그들 스스로 권력으로 등장해 과거 군사독재세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 현재 6월 항쟁의 승리를 절반으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셈이다. 노 대통령은 또 "국민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지도자들이 잘못한 것"이라면서 "그래서 우리는 나머지 절반의 승리를 완수해야 할 역사의 부채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향후 역사적 과제에 대해 "나머지 절반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새삼 수구세력의 정통성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면서 "(그들을)민주적 경쟁의 상대로 인정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 대화와 타협.승복의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은 정부가 항쟁 20주년을 맞아 6월 10일을 항쟁 기념일로 지정한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공식 행사로, 3부 요인을 비롯 당시 항쟁의 주역들은 물론 각계각층의 시민들 총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