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다음은 고4…‘대학 새내기’는 없다?!

[기획] 2011학번 새내기여러분, 安寧(안녕)하신가요?

2012-05-12     한종해 기자

[매일일보] ‘꽃피는 춘삼월’은커녕 4월까지도 추위가 가실 것 같지 않던 날씨가 5월로 접어들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초여름에 가까운 늦봄의 기운을 떨치면서 대학 캠퍼스들에서는 슬슬 봄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대학에서 낭만이 사라진지 오래라고들 하지만 ‘빼빼로 학번’으로 불리는 2011학번 새내기들은 사이에서는 대학 진학 후 첫 중간고사를 마치고 다가오는 봄축제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대학 새내기들이라고 해서 선배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살인적 취업난과 미친 등록금 등 때문에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2011년 현재의 대한민국 대학생의 모습에 예외는 아니고 한편에서는 “새내기가 아닌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경기대학교에서 ‘글쓰기’ 수업(교수 정현덕)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4월 하순 ‘11학번 새내기 安寧(안녕)하신가요?’라는 주제로 서울 시내 대학교 5곳(상명대, 연세대, 추계예술대, 홍익대, 이화여대)을 찾아가 재학생들을 인터뷰한 결과 11학번 새내기들은 ‘안녕’하지 못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만난 각 대학 새내기들은 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 ‘외국 배낭여행’, ‘CC’, ‘동아리 활동’ 등을 답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상상했던 대학생활과 현실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여유가 없다’고 대답해 꿈과 현실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너무 바쁘다”는 대답이 공통적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대학만 가면 뭐든 할 수 있다’던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뻔한 거짓말(?)이 얼마나 새빨간 거짓말이었는인지를 깨닫는 데는 불과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이 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배낭여행, 연애 그리고 여유로운 생활이라고 답변했으나 ‘상상했던 대학생활과 현실에서 오는 차이에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쉬운가?’라는 질문에 ‘여유가 없다’라고 대답해 모순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덧붙여서 ‘연애도 하고 미팅도 하면서 고교시절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그런 친구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대부분 다음 학기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거나 쏟아지는 과제와 시험 때문에 정신없이 공부한다’고 말했다. 해가 지날수록 속칭 ‘아웃사이더’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같은 현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르바이트, 학점 관리, 스펙 쌓기에 혼자만으로도 늘 바쁘기 때문이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 대학생이 되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 김태환(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두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외국 배낭여행을 가는 것, 둘째는 CC(캠퍼스 커플)를 해보는 것이다.

△ 진다솜(추계예술대 문예창작학과): 여름방학이 되면 외국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

△ 김준: 아직 못 해봤지만 CC(캠퍼스커플)를 꼭 해보고 싶다.

-상상했던 대학생활과 현실의 차이점이 있다면.

△ 김태환 : 대학에 오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에 와 보니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아 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다른 점 같다. △ 김준(연세대 경제학부) : 3월 한 달이 지나면서 점점 시간에 여유가 없어진다. 쏟아져 나오는 과제와 시험 때문에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 신예람(이화여대): 생각보다 시간이 없다. △ 정하영(이화여대 피아노과): 시간이 없다. 고3 때보다 더 바쁜 것 같다. 집에서 받는 용돈으로는 생활하는데 어려워서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이것저것 할 일이 많다. △ 김민우(홍익대 경제학과): 학기 초에는 친구들, 선배들과 술도 마시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줄 알았는데 막상 대학에 와보니 그런 친구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생각했던 것보다 학업에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

“현실을 신속하게 받아들이는게 먼저”

올해 한 국립대에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활 만족도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활 고민을 묻는 10개 항목(5점 만점) 가운데 취업 및 진로 문제(4.43), 학점관리(4.24)가 대학생들에게 가장 큰 고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은 경제적 문제(3.84), 대인관계(3.4), 성격문제(3.01)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이 두 가지 고민은 2011년의 대학 새내기들이 왜 숨쉴수 없도록 바쁜 생활에 내몰려야 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캠퍼스의 낭만과 젊음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져 버린 요즘의 대학 새내기들에게 5월의 화사한 봄 햇살도 그들의 그늘진 얼굴을 밝게 하지는 못한다. ‘대학 새내기가 아니라 고등학교 4학년입니다’라는 말도 생겼다. 한편 5개 대학을 돌아다니던 가운데 만난 상명대 3학년 권모씨는 ‘1학년 새내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부탁하자 “현실을 신속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을 들려줬다. “군대를 전역하고 학년이 오를수록 ‘취업’, ‘학점’, ‘등록금, 생활비’ 등에 대한 걱정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말한 권씨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안 해도 되는 학생들도 있지만 ‘취업대란’에 대한 고민에서는 누구든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현실을 신속하게 받아들이고 그에 맞춰 준비해나가면서 세상과 맞서 싸워나가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