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회장의 메가뱅크 꿈…‘일장춘몽’으로 끝나나
2011-05-13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론스타’의 악연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05년 하나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김 회장은 지난 2006년에 이어 최근 외환은행 인수작을 추진했으나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김 회장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며 총력전을 벌이는 등 ‘한국판 메가뱅크’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보였지만, 8년간 지지 부분했던 매각의 늪 앞에서 다시 한 번 힘없이 무너졌다. 김 회장은 인수 승인이 무기한 연기된 지난 12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해 사퇴여부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금융당국 론스타 자격상실 여부로 8년째 인수심사 보류, ‘국민은행, HBSC’에 이어 3번째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론스타와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당시 론스타는 호주 ANZ은행과 외환은행 매매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하나금융지주가 더 높은 금액을 불러 합의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 금액은 호주 ANZ에 예상됐던 금액보다 5000억원 가량 많은 금액인 4조7000억원. 지난 8년간 ‘먹튀논란’과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끊임없이 시비에 몰린 론스타로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친구인 김 회장이 적격이었다는 말도 들린다. 그렇다고는 해도 론스타의 악명은 높았다. 국민은행과 HBSC 등 두 차례나 무산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저주가 김 회장에게까지 뻗치고 있다.
매각추진만 8년째, 자꾸만 없던 일?
론스타의 악명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 인수 후부터 시작된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지 불과 1년만인 지난 2004년 ‘헐값매각’을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지난 2005년 9월엔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경제관료 등 20명이 검찰에 고발됐으며, 같은 해 국세청은 론스타와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을 탈세 혐의로 고발,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론스타는 지난 2006년 5월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마저도 6개월 만에 파기됐다. 검찰 수사로 국민은행이 계약대금 납입을 미뤘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이후에도 HBSC와 지분매매 계약을 체결(2008년)했으나 매각은 또다시 없던 일이 됐다. 결국 론스타는 지난 1월 4조 7000억원을 제시한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키로 하고 본 계약을 체결했다.금융위는 8년 동안 미뤘던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정기적격성) 심사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심사를 내부적으로 마치고 3월 16일 열리는 금융위에서 이를 의결할 계획이었다.그러나 문제는 대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를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터졌다. 최종심에서 론스타의 유죄가 확정되면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상실된다. 금융당국은 12일 결국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은 물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도 보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국민은행과 HBSC에 이어 하나금융까지 세 번씩이나 ‘사법부의 판단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에 대한 결론을 미룬 것이다.책임통감하고 사퇴할 사람이 둘?
김승유 회장은 금융당국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김 회장은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당국의 무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론스타의 적격성 문제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은 별개”라면서 “유죄라고 본다면 유죄라고 판단해 매각명령을 내리면 된다. 당국의 이런 불분명한 태도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지금 이 사이에도 외환은행은 무너지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판단은 외환은행을 포함해 국익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 회장의 말대로 8년을 끌어온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또다시 몸을 사렸다는 점에서 금융위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물론 책임통감은 금융당국에게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김 회장에게도 책임면피는 힘들게 됐다. 김 회장도 이러한 분위기를 인지했는지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는 말로 사퇴의사를 밝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승유 회장의 책임지겠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봐선 된다는 말도 들린다. 금융당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건이 계약연장 가능성도 있는 만큼, 김 회장은 눈앞의 사태 파행의 책임을 지기 위해 “물러나겠다”는 배수진을 미리 쳐놓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퇴설’에 대해 “수습이 먼저”라며 “일단 시간을 두고 보자”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과 인수 승인은 별개의 문제”라며 “인수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적인 구제방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는 것이 아니라 구제방안의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연구하겠다는 것이 하나금융지주 관계자의 설명이기도 하다. 일단 김 회장은 13일 긴급회의를 열어 론스타와 계약 연장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5개 재무적투자자(FI)들을 달래는 일이 먼저다. 외환은행 인수 자금 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 유치했던 이들 FI들이 인수 승인 지연으로 인해 겪는 재무적 피해를 보상하는 게 첫째 과제인 셈. 최악의 경우 FI들은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배당이나 이자지급을 동원해 당분간 FI들을 더 잡아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