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vs. 오비’ 양분, 맥주시장 판도변화 ‘엎치락 뒤치락’
2011-05-13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맥주업계의 양대산맥 하이트와 카스(오비맥주)의 엎치락 뒤치락 경쟁이 재미있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은 “올해 맥주 시장 1위를 탈환 하겠다”며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한자리수로 좁혀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심산이지만, 경쟁업체인 하이트도 변화를 꽤할 작정이다. 최근 한달여간 1위 자리를 뺏겼다 탈환한 김인규 하이트맥주 사장은 뼈아픈 자성을 토로하기도 했다. 롯데주류 3총사가 한곳으로 이전하면서 대기업인 롯데가 맥주사업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장벽을 당장에 무너뜨리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트와 오비가 시장점유율의 100%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어 비집고 들어가래도 들어갈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제 2 격전지는 일본시장, 한지붕 롯데주류 맥주시장 도전장, 3강구도 체계?하이트, 프라임, 맥스, 드라이피니시 d 등을 출시하는 하이트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한 달 사이 52.2%에서 54.9%로 약간 상승한 반면 카스, OB블루, 카프리 등을 출시하는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47.8%에서 45.1%로 소폭 낮아졌다. 맥주의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은 하이트 42%, 카스 39%, 맥스 10% 선이며, 드라이피니시d, OB, OB 골든라거 등 마이너 브랜드는 1~2% 안팎에 그치고 있다. 브랜드만 봤을 때 1위와 2위의 차이는 3% 안팎. 지난1월 하이트는 오비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만큼 둘 사이의 경쟁은 치열하다.
맥스의 눈부신 성장, 3위의 반란?
하이트 맥주의 주 브랜드인 ‘하이트’ 말고도 또 다른 브랜드인 ‘맥스’의 성장도 눈부시다. 맥스는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했다. 2006년 2%이던 시장점유율을 5년 사이 8%가까이 끌어올리며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맥스 출시 10년째인 2016년엔 20% 달성도 어렵지 않다는 게 하이트맥주측의 생각이다. 롯데는 지난 2009년 오비맥주 인수를 추진하다 무산됐지만 맥주사업을 하겠다는 방침은 확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빠르면 연내 맥주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피력했다.기존 맥주업체를 인수하거나 정부로부터 주류 제조면허를 취득해 공장을 세우는 방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가 지난 3월 충북소주를 인수하고 중부권 교두보를 마련하는 소주시장 장악에 박차를 가하자 하이트진로(합병 가칭)를 겨냥한 맥주사업 진출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하이트와 오비로 양분화 된 맥주시장에 싫증을 느끼고 있다. 수입맥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맛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둘 사이의 경쟁만으로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있다.제주도 맥주 사업 진출은 ‘글쎄’?
최근 제주도가 추진 중인 프리미엄 맥주 사업에 대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새로운 맥주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물은 이미 생수업계 1위인 ‘삼다수’를 만들었고 소비자들은 그만큼 제주맥주의 맛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이 좋으니 맛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 제주도 역시 제주맥주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7월부터 소비자를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벌여 지역에서 생산할 ‘프리미엄 제주 맥주’의 종류를 결정한 뒤 2012년 6월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2013년까지 32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프리미엄 제주 맥주’ 사업의 타당성 및 경제성 분석 용역을 실시해 용역 결과를 토대로 사업 방식과 주체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청정지역인 제주 시장을 기반으로 기업들이 맥주사업을 벌이기에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관심을 보인 업체들은 O사, H사, N사, S사, L사 등으로 몇몇 대기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개발공사는 “아직 입찰전이라 어느 업체가 관심을 보였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일축했지만, “몇몇 업체가 관심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체 중 하이트는 제주도 맥주 사업에 대한 참여의사를 묻자, 관심은 있으나 추진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하이트 관계자는 “시장이 크지 않을뿐더러 입찰 모집요강도 확정 안 된 상태라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그러나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 사업자로써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하이트나 오비의 입찰 참여여부는 몰라도 문의는 하지 않았겠느냐”고 언급했다.일본진출 오비보단 하이트가 유리?
그러나 이들의 제2격전지는 국내가 아닌 해외다. 그중에서도 일본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조짐이다. 일본 맥주시장은 기린, 아사히, 산토리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버티고 있어 우리 맥주의 일본시장 잠식이 아직은 쉽지 않다.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하이트맥주가 지난달 초 소주 시장 1위 진로와의 통합을 발표하면서 일본시장 진출은 오비맥주보다 유리할 전망이다. 진로는 9월1일자로 하이트맥주를 정식 합병할 예정인데, 이 둘의 합병은 사업영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진로는 일본에서 ‘진로재팬’이라는 이름으로 수출을 진행하고 있으며, 1998년 이후 최고의 소주브랜드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다. 하이트는 진로재팬의 영업망을 최대한 활용해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오비맥주는 맥주 비수기임에도 수출량 급증으로 일본시장에서 하이트맥주를 단숨에 제친 것에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본 방사선 노출에 따른 영향(맥주에 녹아있는 맥아의 단맛 성분 등이 방사선으로 발생하는 염색체 이상을 최대 34%까지 감소시킨다는 일본연구결과)이기는 해도 지난 3월 말까지 누적 수출물량은 198만상자로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82% 증가했다. 하이트와 달리 오비는 방사능 수혜(?)를 입은 셈이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자사 브랜드가 아닌 OEM방식으로 수출을 진행해 정면승부라고는 볼 수 없다. 해외수출물량이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고는 하나, ‘오비맥주’라는 이름을 낸 제품은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이호림 사장이 “OB골든라거를 6개월 안에 일본에 수출하는 게 목표”라고 공언한 것도 이 같은 포부를 반영한다.이미 하이트는 합병이후 일본 뿐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물류 종합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하이트진로는 2015년까지 해외사장 매출을 1억달러에서 2배가량 늘린 2억달러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