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銀, '짝퉁' 종교재단도 만들었다가 무산
2012-05-14 이황윤 기자
대법원 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대한불교영각사재단이 "납골당 증설 신청을 반려한 처분은 부당하다"며 경기 시흥시장을 상대로 낸 봉안당 설치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소송을 낸 재단은 2005년 3월 시흥시에 있는 영각사로부터 납골당 사업권 등 모든 재산을 인수한 단체다. 하지만 실상은 납골당 설치 공사에 참여했던 건설업자 박모씨 등이 설립한 '짝퉁' 종교단체라는 것이 사법부의 판단이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이름이 같다. 부산저축은행은 이 납골당 증설 명목으로, 바지사장을 내세워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3곳에 832억여원을 빌려줬다. 이들 업체의 실질적 소유주는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박씨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재단의 증설 신청을 시흥시가 반려하면서 사업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업체들은 마치 증설공사를 해온 것 처럼 꾸며 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빼돌린 자금의 흐름을 쫓고 있다.
문제의 납골당은 1995년 당시 영각사의 주지였던 서모씨가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서씨는 당시 이연수 시흥시장에게 5000만원을 건네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시장은 이 일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아 시장직을 잃었다.
한편 법원은 이 재단을 '짝퉁' 종교단체로 판단한 근거로 불교종단 등에 등록한 적이 없고 대표자로 돼 있는 손모씨를 승려로 인정할 자료가 없는 점, 공사대금채권 대신 납골당 사업권 등을 인수한 것으로 확인된 점 등을 들었다.
법원은 특히 재단이 2007∼2008년 납골당을 10만5125기 규모로 늘리겠다고 신청했는데, 설령 재단이 종교단체라고 하더라도 개정된 장사법 시행령에 따라 5000기 규모를 넘길 수 없으니 신청을 반려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