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특별대우?…중수부 기업범죄 실형률 5%
기업총수엔 ‘솜방망이’ VS 일반 피고인엔 ‘쇠방망이’
2008-06-15 최봉석 기자
총수 10명 중 8명, 2심에 가면 형량 낮아져
기업범죄 100건중 95건 법원 재판서 풀려나
법원이 범죄를 저지른 기업 총수과 기업들에게 진정 ‘특별대우’를 해주고 있는 것인가.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기업 총수’와 관련된 범죄사안 17건을 분석한 결과 집행유예 선고율이 88.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중요 기업범죄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주도해 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기소한 ‘기업범죄’ 사건의 실형률은 5%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마디로 기업 총수와 기업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통계로 입증된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정미화 변호사는 지난 14일 민변 주최 ‘기업범죄 양형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울산지검 조재연 검사는 최근 4년간 대검 중수부의 기업범죄 사건을 분석한 결과 “양형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기업총수 ‘2심 실형’ 1건도 없다…‘솜방망이 처벌’
정미화 변호사가 이날 토론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SK 최태원 회장 등 기업 총수 17명에 대한 사건 가운데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사건은 11건,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건 5건, 기타 1건으로 1심 실형률은 60%에 이르렀다.하지만 기업 총수들의 경우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변경되는 비율은 81.8%(1심 실형선고 11건 중 9건)에 이르렀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만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실형률은 11.7%에 머물렀다.이와 관련 정 변호사는 “2006년 10~12월 전국 법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죄 114건을 분석한 결과 기업 총수들의 구금형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에 따라 구금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전체의 71.2%, 집행유예와 벌금을 선고받은 사건은 28%인 데 반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기업 총수들에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셈이다.정 변호사 “기업 총수 예우가 남다르다”
정 변호사는 또 “기업 총수 연루 범죄 15건 중 8명의 피고인들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형을 선고받았다”면서 “일반인들은 보통 2년이 못 미치는 형을 선고받았어도 집행유예를 받지 못하는 점과 비교하면 기업 총수 예우가 남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총수들에게 양형 이유를 ‘일관성 없게’ 적용한 사실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정 변호사는 “법원이 피고인에게 기업가로서의 사회적, 경제적 책무를 위반했다며 1심에서 엄하게 처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가 정작 판결 때는 기업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하며 양형을 일관성없게 적용하는 것은 상호 모순”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특히 피해액을 변제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유리한 양형요소로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정 변호사는 이 같은 양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양형조사관 제도의 도입으로 충실한 양형자료 수집 △형의 선고와 집행에 관한 국민적 합의 도출 △가석방과 사면제도의 개선 △법원의 일관된 법적용을 토론회에서 주문했다.기업범죄 117건 중 실형선고 겨우 6건
일반 형사사건의 실형선고율이 30%대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기업범죄 사건의 실형률은 불과 5% 안팎에서 머물며 기업범죄자에게 ‘관대한’ 형을 선고하고 있다는 점도 법원의 양형이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가 있는 이유로 지적되며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거론됐다.
판사의 양형재량 너무 큰 것 ‘문제’
사실 법조계에서는 선진국처럼 합리적인 양형기준이 없기 때문에 판사의 양형재량이 크다는 점을 이용, 이른바 재력을 가진 피고인이 재력을 이용해 전관 변호사 등 유능한 변호사들을 선임, 법정 안팎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변론활동을 하고 있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실정이다.조 검사는 이 때문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양형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형사재판에서 ‘감’에 의해 선고형을 정하고 재력을 가진 기업범죄자들이 이 같은 제도적 미비점을 이용해 일반 형사사건 피고인보다 유리한 판결을 선고받는 것이 지속될 경우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갈수록 멀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