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만 등산·체육대회? 혈세 들여서 양반놀음 한 '한국가스공사'
[매일일보] 한국가스공사 임직원들이 업무는 뒷전인 채 부서간 화합 도모라는 명분을 내세워 평일날만 골라 등산 및 체육행사를 가졌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와 방산 비리 등 잇따른 공공부문 기강해이가 도마에 올라 공공기관들이 몸을 낮추고 있는 이때, 가스공사는 반대로 혈세를 들이면서까지 각종 직원 행사를 감행해야 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 16~20일까지 5일 동안 각 실과별로 많게는 수백 만원을 들여 단체 산행에 나서는 등 개별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유독히 토, 일요일 등 공휴일은 빼고 평일날만 등산 및 각종 체육행사를 진행해 온 것으로 23일 뉴시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더욱이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감사실' 또한 취재 당일인 지난 20일, 우천에도 불구하고 직원 12명과 등산을 감행(敢行)했다. 감사실 관계자는 "최소한의 근무 인력은 남겨뒀다"면서도 "무슨 일이냐"고 수차례 되묻는 등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05년 5월 "주5일제 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일날 체육행사를 치르게 되면 3일 연휴가 되는 셈"이라며 국민 불편과 행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육행사는 토요일로 옮기도록 당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의 행정, 공공기관 등 1만5000여곳에 발송했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들은 이 시점부터 평일 체육행사를 취소하거나 대부분 주말인 토요일에 치르고 있다.
가스공사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 A씨는 "가뜩이나 공직기강 문제로 나라 전체가 시끄러울때 평일날 산행을 강행해 '이러다 분명 무슨일 생기겠다'싶었는데 결국 터지고 말았다"면서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일부 직원들도 상사 눈치 보느라 바른 소리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정부는 공직기강 해이 사건이 잇따르자 공공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단속에 나섰다.
특히 정부는 '공직부패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각종 비리나 공직기강 해이 등에 대해서는 구애받지 않고 성역 없는 감사를 실시키로 했다. 이는 '비상시국'이 선포된 상황에서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경고로도 볼 수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직원들 화합차원이라고는하지만 시국이 어느땐 데 그것도 평일날, (체육행사를 강행했는지)답답하다"며 "이런 행동은 공공기관의 (경영평가)경평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한 관계자는 "평일날 (산행 등)행사를 진행한 것은 공직자로서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면서도 "체육의 날의 일환으로 부서간 화합 및 직원들간 사기진작 차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행사 비용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국가유공자로 허위 등록한 전직 고위공무원의 자녀가 국가유공자 자녀로 특별채용 된데 이어, 정치인 출신 2명은 낙하산으로 비상임이사 자리에 앉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대선 당시 여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비상임이사가 가스공사가 발주한 공사에 입찰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이사직을 사퇴하기도 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