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짧은 여고생 교복치마…‘대세’도 좋지만 민망해

2011-05-23     한승진 기자
[매일일보] "교복 치마를 짧게 줄이는 게 대세예요. 짧게 입는 것이 유행이고 예쁘기 때문에 짧게 줄여 입고 다녀요."

최근 바지나 스커트 등 하의를 입지 않은 듯한 짧은 길이의 이른바 '하의실종 패션'이 유행하면서 덩달아 중고교생들의 교복치마도 짧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중고교생들의 교복치마는 보기에도 아찔할 정도로 짧아 탈선이나 성범죄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명동역. 하교 시간이 되자 제 길이의 교복치마를 입은 여학생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미니스커트를 방불케 할 만큼 짧고 몸에 꽉 끼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특히 몇몇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는 미니스커트 수준을 넘어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전날 찾아간 마포구 고등학교 밀집지역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칫 잘못할 경우 속옷이 보일 정도로 짧게 치마를 줄여 입은 여학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심지어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카페에서는 여학생들의 교복 유형을 소개하거나 짧은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사진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또 포털사이트의 한 카페에 올라온 사진에 달린 수백개의 댓글 가운데는 성매매를 암시하거나 수위를 넘는 자극적인 표현들이 넘쳐났다.

여학생들은 짧은 교복 치마 탓에 계단을 이용하거나 버스 등을 탈 때 불편해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일만도 한데 별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여학생들에게 "치마 길이가 너무 짧지 않냐"고 묻자 "활동하는데 불편하기는 한데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고 대답했다.

명동역 인근에서 만난 A고등학교 김모(16)양은 "유행처럼 번져 다른 애들도 짧게 줄여 입는데 혼자 길게 입으면 따돌림을 당할수도 있다"며 "어른들도 10대들의 문화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 서모(16)양은 "선배들 교복치마는 무릎에서 20㎝ 넘게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며 "학원에 가면 다른 학교 애들도 대부분 짧게 입고 다닌다"고 전했다.

여학생들은 얼마 전까지 교복치마를 접어 올려 길이를 짧게 만들었으나 요즘에는 아예 교복을 또 구입해 짧게 줄여서 갈아입는 것이 추세라고 한다. 또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받거나 벌점을 받는 것을 일종의 훈장(?)처럼 여긴다고 한다.

마포구에서 만난 B고등학교 최모(17)양은 "같은 반 친구들 대부분이 미니스커트처럼 치마 교복을 짧게 입고 다닌다"며 "모범생들도 학교에서는 원래 치마 길이를 유지하다 학교를 나오면 여러번 접어 짧게 입는다"고 말했다.

같은 고등학교 김모(17)양은 "교복 치마 하나를 더 사서 수선집에서 짧게 줄였다"며 "사물함이나 지하철 보관함에 보관을 하고 주로 학교 밖에서만 입는다"고 말했다.

김양은 "선생님에게 적발되어 벌점을 받게 되더라도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며 "선생님들도 워낙 줄인 애들이 많아서 이제는 포기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양과 함께 있던 친구들에게 교복 고치는 방법에 대해서 묻자 "치마 길이는 보통 20~30㎝ 정도로 줄이고 몸에 꼭 맞게 폭도 줄이고, 재킷과 셔츠는 허리 곡선이 드러나도록 짧게 줄인다"고 대답했다.

시민들과 학부모들은 자칫 성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직장인 강주희(29·여)씨는 "요즘 나오는 걸그룹이나 여자 연예인들을 보면 선정적인 옷을 많이 입고 나오는데 여학생들이 아무래도 그런 영향을 적지 않게 받은 것 같다"며 "혹시 성범죄의 표적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운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두 딸을 둔 주부 김정임(47)씨는 "명동에서 모여있는 여고생들의 치마가 너무 짧아 교복이 맞는지 깜짝 놀랐다"며 "탈선이나 범죄 등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복을 규정에 맞도록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여학생의 교복 치마 길이나 폭을 줄여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교복을 변형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학칙으로 정해 놓았다.

하지만 최근 두발자율화 등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조치들의 영향으로 일선 교사들은 단속의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C고등학교 김모(37) 교사는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분위기 때문에 학칙도 완화돼 교사들이 예전처럼 철저하게 지도를 하는데 무리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학생들 역시 말을 듣지 않아 교사들도 자포자기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D고등학교 박모(45) 교사는 "교복을 줄여입은 학생들에게 벌점을 주거나 제재를 해도 아이들이 무시하거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학생들은 교칙을 벗어나 과도하게 교복을 변형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느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단체는 학생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학칙은 학생들이 거부를 하거나 반감을 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학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최미숙 대표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복 변형을 학칙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이 학칙들에는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칙을 따를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교사와 학부모들은 학생들과 함께 교복 치마의 길이나 복장 관련 규정 등을 정해야 학생들 스스로 학칙을 지키는 분위기 조성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학생들이 짧게 치마를 입는다고 해서 성범죄의 표적이 될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편견이다. 이런 편견으로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칙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교사와 학부모들이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