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을 살리자 上] 제조업 총체적 위기 맞다
금융위기 이후 최저 가동률…수출도 17개월 만에 감소세
“韓 경제 먹여 살리던 반도체 너마저…”수출상승세 둔화 ‘뚜렷’
2019-05-08 변효선 기자
[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한국경제의 주력인 제조업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제조업가동률은 떨어지고 재고는 늘어나는 반면 생산과 투자는 뒷걸음질하고 있는 상황이다.금융위기 이후 제조업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더니, 17개월 연속 증가하던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서는 등 경제 지표가 ‘빨간 경고등’을 켜고 있다.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위기를 가늠할 수 있다.제조업평균가동률은 전달보다 1.8%포인트 감소한 70.3%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10대 중 3대의 제조업 생산설비가 놀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음하던 2009년 3월(69.9%)과 비교해봤을 때도 0.4%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여 있는 재고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 3월 제조업 재고·출하 비율은 114.2%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2.9%포인트 상승했다. 제조업 재고출하순환도를 보더라도 출하의 감소폭은 감소폭(-2.0% →-5.1%)은 확대됐고, 재고의 증가폭(9.3% →10.6%)도 커졌다.제조업 위축은 설비 투자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7.8% 감소하며 5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에는 17개월 연속 증가하던 수출증가세마저 꺾였다. 4월 수출액은 500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다. 분야별로는 자동차·디스플레이·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이 최종재 판매 부진, 경쟁 심화, 해외생산 확대 등으로 수출이 줄었다.이처럼 한국의 경제 지표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이유는 한때 한국경제의 주축을 담당했던 주요 업종들이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자동차 산업은 지난 2월과 3월 연속으로 생산·내수·수출이 모두 전년 동월 대비 뒷걸음질 쳤다. 올해 2월 생산(-17.6%), 내수(-17.6%), 수출(-17.1%)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3월에도 각각 –10.7%, -1.5%, -10.3%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철강 산업도 품목별 반덤핑 관세 부과, 쿼터로 인한 수출량 감소, 연관 수요산업 부진까지 맞물리면서 삼중고를 겪게 됐다. 특히 철광쿼터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소급 적용되면서 일부 품목의 쿼터물량이 이미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수출 품목인 강관도 5~6월 이후부터 수출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중국의 추격과 애플리스크 등으로 위기를 맞았다. ‘아이폰X’의 부진에 중국 기업들의 물량공세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하락했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분기 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봤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조원 가량 급감했다.한국 수출 성장을 견인하던 반도체 분야마저 수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 달 반도체 수출액은 97억8100만달러를 기록, 전달에 비해 9.47% 감소했다. 반도체 분야 수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하락세가 뚜렷이 나타난다. 지난해 평균 57.4%를 기록했던 반도체 수출증가율은 1월 53.3%로 떨어지더니, 지난 4월에는 37%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역시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민성환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지난해 제조업 경기가 워낙 좋았던 터라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주춤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며 “가동률 감소는 한국 제조업 구조가 자동차 등 일부 산업에 많이 쏠려있는데, 해당 분야가 좋지 못하다보니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어 “전세계적으로 보호무역, 환율 등의 우려가 있지만 개발도상국 경기가 살아나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 수출이 뒷받침될 것이고, 생산이 급감하고 있는 조선 등의 산업이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 하게 된다면 제조업 경기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