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회계투명도가 낮다는 것은 일련의 분식회계사건과 해외 유수기관의 국가별 회계투명등급 발표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회계학계 등에서는 중지를 모으고 있고 그 첫 번째 결과로 작년 가을 외부감사법이 개정됐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가 있었다. 일정 규모를 넘는 주식회사 만을 외부감사 대상으로 보는 방식에서 모든 주식회사와 유한회사를 외부감사 대상으로 보되 그 중 소규모 회사는 제외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외부감사 대상을 확대했다. 또한 기업의 내부통제제도를 보완하도록 했으며 표준 감사시간과 품질관리기준을 도입하여 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법제화 했다.사실 회계투명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일련의 움직임은 대중들의 회계에 대한 높아진 관심덕분이기도 하다. 서점 경제코너를 가보면 대중의 눈높이에서 회계와 재무제표를 설명하고 이를 투자에 활용하는 법을 기술한 서적들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이 중에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며 저자를 스타로 만들어 놓은 경우도 있어 회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회계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은 과거에도 계속 있었다. 그럼에도 회계에 대한 수요 자체가 많지 않아 분식회계 등 일이 터질 때에만 세간의 이목을 잠시 끌 뿐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회계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재무제표 보고 투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라는 자조적인 말이 돌 정도였다. 높아진 회계 수요에 발맞춰 외부감사법에도 감사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기간을 3년에서 8년으로 대폭 늘렸다. 손해배상책임과 별도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회사와 회계담당자 그리고 감사인에게 과징금을 물릴 수 있게 했다. 뿐만 아니라 분식회계와 부실감사에 대한 형사처벌 수준을 대폭 강화해 회계기준을 위반한 경우 회사의 경영진 및 업무담당자와 감사인을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직 폭력배가 최고 10년형인데 너무 무거운 형벌이라는 세간의 평가도 있지만 투명한 회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반영된 것이라 본다. 한편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가장 큰 이슈는 감사인 지정제도의 예외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였다. 외부감사법은 상장사와 소유·경영 미분리 대형 비상장사는 6년간 자유선임 후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하도록 개정됐는데 개정 당시 그 예외를 시행령에 위임했다. 감사인을 지정하게 되면 통상 감사 강도가 증가하고 그만큼 감사인의 시간과 노력이 배가되므로 감사수수료도 상승한다. 이 때문에 이와 관련된 반대의견이 많았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행령 개정안이 예외를 최소화한 것으로 보아 회계 투명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대승적 차원에서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외부감사법을 고쳤다고 해서 곧바로 회계가 투명해질 수는 없다. 분식회계와 같은 단발적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지속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질 높은 회계정보 작성과 감사인의 엄격한 감사가 투명한 회계정보 제공으로 이어지고 대중이 이를 활용해 목적에 맞는 성과를 달성한다면 대중들의 회계에 대한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러한 관심은 사회적으로 더 투명하고 높은 질의 회계정보를 요구하게 되는 선순환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그 선순환 구조의 첫발을 딛는 셈이다. 개정된 외부감사법은 오는 11월에 시행되며 시행령은 입법예고 과정을 거쳐 내년 11월에 시행될 것이다. 입법예고 과정과 시행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