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재작년에 면접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국가직 공무원 면접시험을 봤던 당시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였다. 당연히 청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였고, 그런 이유에서인지 면접을 준비하는 스터디에서 청렴에 관해 의견을 말해보라는 요구가 있었다. 당시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같이 공부하던 다른 스터디동료의 한 문장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청렴은 공무원 내부의 시선이 아닌, 국민의 시선에서 보고 그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는 내용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동료는 청렴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중요한 요소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단순히 공무원 안에서 부패가 없고, 개인이 스스로 깨끗하다고 인식한다고 해서 청렴이 오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공무원이 국민과 벽을 만들지 말고,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대상에게 어떤 방식으로 그것들을 적용하는 지 보여주고 그것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수용하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공무원 내부의 규칙은 대체로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렵다. 내부적으로 청렴에 관한 제도를 만들고 그에 대한 강조를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귀에 들어가지않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그 제도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내려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은 청렴하지 못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2017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대한민국은 37위에서 52위로 떨어졌다고 한다. 부패에 대하여 전문가, 기업인, 일반인의 주관적 평가로 이루어지는 이 순위는 0점에서 100점의 점수로 환산된다. 이 중 70점 이상이 투명한 국가로 분류되는데, 대한민국은 50점으로 절대부패를 겨우 면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민의 눈높이에는 아직도 공무원 사회의 청렴이 눈에 차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행히 많은 언론을 통해서 부정청탁금지법이 공무원사회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널리 그 내용이 인식되어 가고 있다. 처음에는 언론과 여론에 의하여 그 법의 폐지 혹은 수정에 대한 갑론을박 과정에서 그 내용이 퍼져나갔지만, 지금은 공무원 내부 스스로 그 내용을 널리 알리고 있다. 청렴에 대한 제도와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로 공직 수행에 관한 사적인 감사표시에 대한 겸손한 거절, 공무원 내부사회의 더치페이문화 확산, 신규 공무원에 대한 사사로운 부탁 자제 등이 자연스럽게 공무원 사회에 스며들고 있고, 언론과 공무원 사회의 노력으로 국민들도 이에 대해 대체로 알아가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2017년 조사 결과(전국 19~59세, 남녀 1천명)에 따르면 국민의 95%이상이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해 알고 있고 이법이 시행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청렴에 관한 법률이 이렇게 국민이 함께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준 사례는 드물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이제는 그 법의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는 몇몇 사항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원하고 완전한 법은 없듯이, 부정청탁금지법 또한 실제 현실과 조화되어가면서 점점 변해갈 것이다. 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가더라도, 부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그런 법으로 변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국민과 함께 하는 청렴으로 투명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