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렬 코오롱 회장, ‘보수경영’ 덫에 걸린 까닭

신성장동력 확보는 개인회사 키워놓은 후?

2011-05-27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젊은 CEO로 주목받고 있는 이웅렬 코오롱 회장이 보수경영의 덫에 갇혔다. 대구지역 자동차부품업체인 한국델파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신성장동력 의지를 불태웠으나 6개월여만에 본입찰 포기 선언으로 ‘변화보단 안전’을 택했다.

코오롱의 갑작스런 인수포기 선언은 이웅렬 회장의 의중이 결정적 이유가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룹 전략실에서 힘을 싣는 등 자문사까지 선정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최종결정자인 이 회장이 반대하면서 맥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선 상태에서 이 회장이 반대 의견을 내자, 인수포기로 결정됐다는 것이 코오롱 관계자의 전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이웅렬 회장이 보수경영의 덫에 갇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신성장동력 일환 한국델파이 인수 돌연 포기, 이웅렬 회장 반대가 결정적 이유
보수경영 논란에도 개인회사인 ‘수처리 사업’ 확대에만 치중, 신사업의 두 얼굴? 

코오롱이 한국델파이 인수전을 준비한 것은 6개월여다. 인수대상은 미국델파이 지분을 제외한 옛 대우계열사 보유 지분 50%였다. 코오롱은 그룹 내 화학소재·패션 핵심계열인 코오롱인더스트리를 통해 지난 1월 입찰에 참여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1월 지주회사인 코오롱에서 분할된 사업 회사다. 한국델파이 인수전에는 코오롱 외에도 MBK파트너스(지난 18일 본입찰 포기)와 갑을오토텍, KTB-신한PE 컨소시엄이 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결론적으론 2천300억원대를 제시한 이래CS-대우인터내셜 컨소시엄이 지난 25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코오롱은 실사이후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지만, 지난 18일 갑작스럽게 본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인수포기 결정적 이유는 ‘이웅렬 회장’

코오롱의 인수포기는 사장단회의에서 결정됐다. 코오롱은 지난 18일에 있었던 본 입찰 참여결정 전에 사장단을 중심으로 특별회의를 열었으나 최종의사결정자인 이웅렬 회장이 반대하면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코오롱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로 ‘연관사업이 아닌데 따른 인수시너지 미비와 공동 경영 부담감이 크다는 것’을 들었다. 코오롱 관계자는 “사업적인 시너지가 크지 않고 50%만 인수하는 것이어서 공동경영에 대한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찬성과 반대가 50대 50으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회장님의 (반대)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러나 코오롱측의 이유를 들여다보면, 이웅렬 회장의 보수경영이 또 하나의 원인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룹 내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되는 상황에서 그룹에서 해오던 연관 사업이 아니라는 이유가 반영됐다는 것은 그동안의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했던 이 회장의 경영스타일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절반 경영권’에 대해서도 코오롱이 처음부터 이를 모르고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인수자문사로 우리투자증권을 선정하는 등 그룹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였던 것이 그 반증이다. 자문사 선정 여부(선정 시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이 소요)는 곧 후보의 인수 진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델파이지회(지회장 홍주표)가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사모펀드와 코오롱의 인수를 결사반대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룹 내 신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국델파이 인수가 무산되자, 이 회장의 보수적인 의사결정이 다시금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인수를 주도했던 그룹 수뇌부 전략기획실에선 마지막까지 코오롱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한국델파이 인수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해왔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공격적 M&A 신성장동력 확보는 ‘말로만’

이웅렬 회장의 보수경영은 실적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2000년 재계(공기업 제외) 순위 20위에 올랐던 코오롱은 10년이 지난 2010년 순위가 열 계단 이상 떨어진 36위(현 34위)에 머물고 있다. 40세 젊은 나이로 그룹 총수에 오른 뒤, 올해로 취임 15주년을 맞은 이 회장은 지난 2006년 공격적인 M&A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지난 5년간이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M&A를 성공시킨 사례는 4년여 동안 2건(환경시설관리공사, 캠브리지). 600억원대 규모로 빅딜보단 스몰딜에 그치고 있다. 한국델파이와 같이 빅딜이라고 할만한 2006년 동아건설 인수는 무산됐다.당시 매출 6조원대에 머물던 코오롱은 이웅렬 회장 주도 아래 ‘빅 스텝 2010’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까지 매출 20조원 당기순이익 1조5000억원을 올려 재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회장은 ‘빅 스텝팀’으로 불리던 미래전략실을 꾸려 다양한 인수대상 기업을 검토했지만 큰 성과는 내지 못해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한국델파이 인수가 관심을 모았던 것도 5년간이나 멈춰있었던 인수 작업이 가동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2월 지주사 체제로 변신에 성공한 이후 그룹의 현안이 지배구조 개편에 집중되면서 신규 M&A사업이 지속적으로 유보된 것도 사실이다. 실무진은 지주사 전환 이후 신사업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코오롱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그룹의 최대현안이라 수뇌부가 공격적인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건설사 부실 해결에 재무적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총 동원되고 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이 회장이 개인자금으로 지난 1월 프로셉코오롱이라는 법인을 만들어 원유 및 수처리 사업을 시작했다는 부분이다. 신사업에 있어서도 오너가 주도하는 해외사업 확대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것. 수처리 사업은 지난 2006년 11월 성공한 스몰딜 중 하나인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하면서 가시화됐지만, 이렇다 할 실적은 없었다. 그러나 무슨 의중인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수처리업체 코오롱워터텍 지분을 2009년 계열편입 이후 2년 만에 추가(65%선에서 79%선으로 늘려)로 사들이면서 오너 배불리기 의혹이 일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워터텍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이 회장 측에서 선제적으로 지분을 늘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에는 코오롱그룹의 자회사인 한국시설관리공사가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중국 장쑤성 쓰양현에서 생활·공업용수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한국델파이 인수가 무산됐지만 사업 연관성이 있는 매물이 나오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인수합병(M&A)을 계속 진행한다는 의중을 드러낸 셈. 그러나 이웅렬 회장이 자기회사를 꾸리는데 바빠 보수경영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코오롱 계열의 자산은 6조8290억원 매출은 6조6750억원 순이익은 1540억원 수준이다. 이웅렬 회장은 2015년까지 매출 규모를 25조원까지 높이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