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부담’ 화학업계 맞수…“같은 상황 다른 전략”
LG화학 ‘고부가가치화’ VS 롯데케미칼 ‘원료다변화’
2019-05-14 변효선 기자
[매일일보 변효선 기자] 유가 상승으로 국내 화학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화학업계 빅2’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011170]의 대응 전략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14일 업계에 따르면 고유가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불리던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은 국제유가는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탈퇴, 베네수엘라·리비아 등 산유국의 정정불안 등으로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이 같은 유가 상승 흐름은 화학업계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다가온다. 국내 대부분의 화학업체들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된 납사를 이용해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납사 가격은 유가와 연동돼 유사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유가가 오를수록 화학업계의 원가 부담은 커진다.이에 대한 대응으로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모두 원가 절감, 고부가가치화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양사의 전략에는 약간의 온도차가 보인다. LG화학은 상대적으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보다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기술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은 유가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준다.화학업계 관계자는 “상황적 변수에 영향을 잘 받고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제품 판매의 핵심이 되는 범용제품과는 달리, 고부가 제품은 기술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품의 수요가 가격 변화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그동안 LG화학은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고흡수성수지(SAP),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타이렌(ABS)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투자를 지속 추진하면서 사업구조 고도화에 힘을 쏟아왔다. 2013년 2조원 수준이던 LG화학의 고부가 제품의 매출액은 2016년 3조원으로 대폭 확대됐다.앞으로도 LG화학은 고부가 제품 비중을 꾸준히 높여나갈 계획이다. LG화학은 지난해 22%였던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올해 26%, 오는 2022년까지 3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반면 롯데케미칼은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가 절감에 보다 힘을 쏟고 있다. 올해 말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는 미국 에탄크래커(ECC)프로젝트, 최근 투자를 결정한 현대오일뱅크와의 중질유석유화학시설(HPC) 합작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미국 루이지애나 지역에 세워질 100만t 규모의 ECC는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다. 통상적으로 유가가 배럴 당 65달러 이상일 경우에는 ECC가, 그 이하일 경우에는 납사크래커(NCC)가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ECC와 NCC의 상호보완을 통해 유가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전략이다.아울러 최근에는 현대오일뱅크와 기존 NCC 대비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HPC를 신설하기로 했다. 원유 찌꺼기인 중질유분을 주원료로 하는 HPC는 납사를 최소로 투입하고, 납사보다 가격이 20% 이상 저렴한 탈황중질유·부생가스·액화석유가스(LPG) 등 정유 공장 부산물을 60% 이상 투입한다. 해당 공장은 올해 하반기 설계에 착수, 오는 2020년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