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향방, 어떻게 되나?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 위한 토대 구축 절실…산은과 협력 여부에 따라 성패 좌우될 듯
이에 따라 대우증권은 산은의 투자은행(IB, 장기 산업자금의 취급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기관) 업무를 계속해서 맡게 됐으며, 대우증권은 감사원의 매각공고와 달리 일정기간 산은 측이 보유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인 산은이 상업적 기능을 가진 대우증권을 소유하게 되면 회사채 발행 등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금융전문가는 이에 대해 “정부 측에서 자금통합법 시행에 따른 국내·외 금융 상황을 고려, ‘현상유지’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를 반영하듯 대우증권 김성태 신임사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남아는 물론 남미까지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며 “현재 10% 수준인 IB부문의 수익비중을 30%대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우증권의 김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1조원 규모의 ‘아시아 구조조정·경제개발 전문 사모투자펀드(PEF)’ 등을 설립해 IB를 강화하고 있는 산은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사장은 “최대주주인 산은과 효율적인 협력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산은자산운용 상품을 대우증권에서 판매하는 등의 업무 연계를 통해 다방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어 향후 IB부문 등을 대우증권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확실히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김창록 산은 총재 역시 이날 단순한 기업금융보다는 IB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산은과의 협력 가능성을 역설했다.
이날 김 사장은 현재 공석인 이사회 의장직과 관련, “이윤우 전 산은 부총재가 이사회에 참여하면 큰 우리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최근 무산됐던 이 전 부총재의 이사회 의장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증권사 인수합병 논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산은∙대우증권 ‘윈윈’…일각 ‘글쎄’
이처럼 산은과 대우증권이 협력체계를 구축해 ‘윈윈’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정부 측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돌아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금융전문가는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의 기능을 제거한다면 모를까, 국책은행의 지위를 유지한 채 대우증권마저 소유해 IB로 발전해나간다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게 되는 무리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산은이 정부를 등에 업고서 회사채 발행이나 인수업무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산은 측 관계자는 “금융시장에서 국책은행의 역할이 줄고 있다”면서 “산은의 능력을 강화시키려면 대우증권을 소유하도록 해, 두 금융기관의 IB기능을 하나로 통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자회사간의 업무중복을 해소하자는 소리다.
은행으로서 증권 비즈니스를 잘 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염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개별 기업간 경쟁보다는 대형 금융지주회사간 경쟁으로 시장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질적인 사업영역 간 조화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과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확실히 투자은행으로서 경쟁력이 있다”면서도 “투자은행은 규모가 중요한데 아직 국내에 그 정도 금융사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 언론사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은의 대우증권 소유에 대해 응답자의 20.1%가 ‘괜찮다’고 답했으며 79.1%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민간 은행들 ‘불안…또 불안’
또 다른 문제점은 산은이 100% 정부 소유인 국책은행이라는 점에 있다. IB업무가 민간 영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만약 산은이 정부 지분을 그대로 둔 채로 투자은행으로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이에 따른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으며 실제적으로 많은 민간 은행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한 경제전문기자는 “산은이 투자은행이나 종합금융그룹에 마음이 있다면 우선 민영화부터 해야 한다”며 “정부 자금으로 회생시킨 대우증권을 산업은행의 소유로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산은 내부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회사를 민영화해 IB전문 은행으로 ‘새출발’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오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소유한 금융기업의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는 존재하지만 정작 마땅한 인수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실현가능성의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런 까닭에 산은 측은 최근 국책은행 구조개혁팀의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해 “산은을 민영화시키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달라”고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산은의 민영화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금통합법 실시 이후, 국책은행의 민영화까지 10~2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