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지방선거 직후 재벌개혁 속도전 예고
장하성 "선거 끝나면 개혁과제 본격 추진" / 대통령, 적폐청산 시즌2로 재벌 정조준 / 금융·경쟁당국·여당 연내 개혁입법 완료 박차
2019-05-16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6·13지방선거가 여권의 압승으로 끝나게 되면 이를 동력 삼아 청와대, 규제당국, 여당을 망라한 정권 차원의 재벌개혁 작업이 속도전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문재인 정부에서 경제개혁의 사령탑 역할을 맡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15일 더불어민주당의 홍영표 신임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정청 고위급 인사들이 회동한 자리에서 "6·13지방선가 끝나고 하반기에 들어가면 혁신성장과 개혁과제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그런 부분은 규제완화를 포함한 여러 입법과제가 같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에는 사법개혁을 비롯한 여러 과제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날 장 실장의 발언 내용과 맥락을 살펴보면 특히 지방선거 이후 재벌개혁 드라이브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여진다.우선 참석자들의 면면에서 하반기 개혁작업의 방점이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개혁에 있음을 짐작케 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이번 고위당정협의회에는 민주당 인사를 제외하고 장 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도가 참석했다. 북핵과 경제 문제가 핵심이었다는 방증이다. 또 홍 신임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원내에서 장 실장이 언급한 개혁 입법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이에 더해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선거 이후 재벌개혁 속도전 정황이 더욱 분명해진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생활적폐' 청산 차원에서 대기업 총수 일가 등의 해외 은닉재산에 대한 대대적인 색출 작업을 지시한 바 있다. 이 지시는 청와대가 향후 적폐청산의 방향을 권력형 적폐에서 생활적폐 청산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생활적폐 청산의 주요 대상으로 재벌개혁이 이미 낙점됐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청와대의 장 실장과 함께 경제개혁 작업을 벌이고 있는 금융·경쟁당국의 최근 움직임, 그리고 관련 여당 의원들의 입법 활동도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재계를 대표하는 10대그룹 경영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올해 9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하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거래관행에 직결되는 사안도 포함돼 있다"며 재계도 해법을 고민해달라고 압박했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삼성을 겨냥 "지금의 지배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을 요구했다.또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 9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에 대해 "기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마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며 "현안을 제일 잘 아는 삼성생명이 개선안을 가져오면 정책에 반영하고, 국회 입법 때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윤석헌 신임 원장을 맞이해 개혁의 칼날을 갈고 있다고 전해진다. 윤 원장은 김기식 낙마 당시 문 대통령이 개혁을 위한 인사임을 시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법무부는 여당과 힘을 합쳐 대기업의 의사결정 권한과 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상법 개정을 진행 중이다. 재벌과 대기업 전반에 걸친 개혁작업이 착착 진행 중인 셈이다.다만 이 같은 범여권의 재벌개혁 작업은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가 격동하고, 지방선거와 드루킹 특검 등 정치 이슈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진그룹 총수일가 사태로 개혁 동력이 살아나고 있고, 참여연대를 주축으로 한 시민사회가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재벌개혁에 명분을 주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 1년을 평가하며 재벌과 금융에 대한 개혁이 멈춰선 상태라며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