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권 내부서도 갈팡질팡 소득주도성장론

2019-05-16     송병형 기자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이 단행된 직후 전년 대비 월 기준 취업자 증가폭이 10만 명 대 늪에 빠졌다. 2월 10만4000명, 3월 11만2000명, 4월 12만3000명으로 3개월 연속 10만 명을 겨우 넘어선 수준이다. 이처럼 취업자 증가 폭이 3개월 이상 연속 10만 명대에 갇힌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9월 ~ 2010년 2월까지 6개월간을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취약계층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을 거라던 우려가 점차 현실로 굳어가는 모습이다.4월 취업자 통계가 발표된 날인 16일 이를 감안한 듯 한국경제의 지휘자인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김 부총리는 최근 고용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의 관련성을 묻는 의원의 질문에 ‘최저임금이 고용과 임금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유의미한 증거를 찾기에는 아직 시간이 짧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연구결과가 이러하니 아직 관련성을 답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통계로는 그렇지만 (내) 경험이나 직관으로 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이나 임금에 영향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김 부총리는 정확히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최근 2∼3월 고용부진을 최저임금의 인상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기저효과, 조선과 자동차 업종 등의 구조조정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소득주도성장론을 밀어붙이는 문재인 정부 전체의 입장이었다.김 부총리의 입장 변화가 있기 하루 전인 15일에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감소에 대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며 “적어도 지난 3월까지의 고용 통계를 여러 연구원에서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일부 음식료를 제외하면 총량으로도, 제조업으로도 고용 감소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고용 감소 효과는 분명히 없고 국내 소비 증가는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고 못 박았다.불과 하루 차이를 두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 경제수장들의 발언이 서로 다르고, 경제부총리 한 사람의 입장도 한 달 사이 달라진 것이다.문재인 정권 내 혼선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두고 8일과 10일 이틀 간격으로 나온 정부 관련 부처 최고위급의 발언도 서로 달랐다.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주도 성장의 근간이 되는 정책이라면 문재인 정부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라며 “다만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한다는 시기의 문제는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공약했지만,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무조건 지키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쯤 되면 소득주도성장론은 정권 내부에서도 이미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