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아트스페이스, 김덕용 작가 '결- 사이 間'展 개최
직접 수집하고 조각한 나무에 자개, 단청채색 등 각고의 과정을 거친 작품
2019-05-17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시간과 공간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온 김덕용 작가의 <결 – 사이 間>전시가 소울아트스페이스 해운대 전관에서 5월 26일 부터 7월 27일 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 40여점이 소개된다.화엄사 기왓장 뒤로 홍매화가 펼쳐진 풍경은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포근한 장면이다. 김덕용은 자연의 순리대로 변화하는 사계의 모습과 시간의 간극을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그의 작업에서 특징적인 요소를 꼽자면 장지나 캔버스를 대신하는 매체인 나무를 사용하는 데 있다.고전적이고 아날로그적 감성이 충만한 재료와 소재로 구현된 김덕용의 작업은 그래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가진다.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던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다뤄온 나무, 그 재료의 한계에 도전하며 새로운 시도를 해오는 작가의 행보는 장인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열정과 역량을 증명해준다.직접 수집한 나무의 표면을 고르게 하기 위해 갈고 닦으며 문지르고 그을리기를 반복하고, 단청채색을 하거나 자개를 붙이는 등 각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시간이 흘러 빛 바래진 단청과 같이 채색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단청기법의 그림은 작품의 바탕이 되는 나뭇결만큼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기에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련하고 애틋하게 만든다.나무와 함께 긴 시간 이어온 자개 작업 역시 작가만의 배채법으로 표현돼 빛에 따라 그윽하고 영롱하게 발하는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배채법은 화면의 뒷면을 채색해 은은하게 비치게 하는 전통 동양화 기법이다.시간과 함께 김덕용이 주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공간이다. <차경>시리즈는 조상들의 조경기법을 자신의 화폭에 끌어들여 자연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경치를 빌려서 바라보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하며 평면의 화면 안에서도 시·공간적 환영을 불러일으킨다.작가는 옛 선조들의 삶 속에서 가져온 재료에 광활하고 거대한 자연 대신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을 담고 있다. 때마다 피고 지는 꽃들, 기와집, 순박한 아이들, 낡은 홑청이불과 책이 그려진 풍경은 ‘그림은 손재주나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그의 말을 뒷받침해준다.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결 - 심현의 공간>시리즈는 원형의 결을 임의로 파내어 밤하늘의 별무리를 형상화한 작업이다. 어린 시절 별을 바라보며 꿈을 키웠다는 작가의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양의 꽃과 나무, 과일, 달항아리 등을 그려낸 작품은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 형태가 과반 또는 책의 모양임을 알 수 있다.과반과 책은 무언가를 담아내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써 ‘결실’을 의미한다. 나무와 자개 등 선조들의 일상적 소재들이 김덕용의 작품에서 미적 대상으로 재탄생하며 한국적 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김덕용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국내는 물론 일본, 독일, 영국, 미국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외교통상부, 스위스한국대사관, 아부다비 관광문화청, 에미레이트 전략연구조사센터 등에 작품이 소장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