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권경쟁 점화…박근혜는 공공의 적?

너도나도 박근혜 때리기 경쟁, 박근혜 본인은 기본부터 차근차근

2011-06-06     신재호 기자
[매일일보] 대한민국 정치권력 질서가 재편되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여권의 대선주자들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지난 4·27 재보선 참패 이후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경선 방식에 대해 격론을 벌였으나, 가장 관심을 모았던 대권 당권 분리 규정은 현행과 같이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당권 대권 분리 규정은 박근혜 전 대표가 마련한 룰로서, 대권 주자는 대선 1년 6개월 이전에 당 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이 규정에 따라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 대표를 사퇴했었다.

오는 7월4일로 한나라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된 상황이어서 대선 1년6개월 이전에 당 대표 출마 금지 규정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당권과 대권을 놓고 저울질해오던 한나라당내 대권 주자 후보들의 선택도 빨라지고 있다.

◇ 박근혜, 청와대 회동이후 본격 행보 '의지'

여권 대통령 후보 0순위이자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 부동의 1위인 박근혜 전 대표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4·27 재보선 지원 요청과 당 쇄신을 위한 역할론에 묵묵부답하던 박 전 대표가 '민생과 통합'을 내걸고 나라와 당을 위해 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이후 '이제는 자신의 활동이 현직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더라도 움직이기 시작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정책과 코드가 다른 부분은 뒤로 미루고 최대공약수인 '민생 안정'을 위해 자신의 활동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위기에 빠졌다'는 정치적 논리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당내 세력 뿐만 아니라 보수 진영의 통합을 통해 민생 안정의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을 내놨다.

박 전 대표는 "정치논리보다는 민생에 초점을 둬야 되고, 분열보다는 통합으로 가야 한다"며 "모두가 하나가 돼 민생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해야된다. 나도 당과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격인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 서강대 교수)이 다음달 2일 대규모 모임을 가질 예정이어서 이 자리가 박 전 대표의 '본격 행보'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등록금 문제, 물가 전세 대란 등 사안별 현안에 대해 여론을 수렴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박근혜식 민생 행보'가 당장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 김문수 오세훈 '지자체 활동 속' 목소리 높여

여권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30-40%대의 안정적 지지율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잇는 주자가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지난달 26일 리서치뷰가 실시한 여권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박 전 대표가 35.4%, 오세훈 시장이 7.4%, 김문수 지사가 7.0%를 각각 얻었다.(전국 1000명 신뢰구간 95% 수준에 표본오차 ± 3.1% 포인트)

여야 대선 주자 후보군을 상대로 한 리얼미터의 5월27일 정기 조사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29.9%, 김문수 지사가 4.4%, 오세훈 시장이 3.8%, 정몽준 전 대표가 3.1%를 각각 얻었다.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5월31일부터 2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 전 대표가 42.1%, 오세훈 시장 5.8%, 김문수 경기지사 3%, 정몽준 전 대표 2.4% 순으로 조사됐다.(전국 1000명 신뢰구간 95% 수준에 표본오차 ± 3.1% 포인트)

오 시장과 김 지사는 지난 2일 친이계 성향의 보수단체인 '대통합국민연대' 출범식에 나란히 참석해 중앙 정치를 향한 자신들의 견해를 여과없이 쏟아냈다.

김 지사는 축사에서 "표만 많이 얻으면 되는지, 어떻게 하면 표를 얻으면서 대한민국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 것인지 지금 한나라당조차 상당히 혼미하다"며 "당 지도부에 동참해 힘 있고, 비전이 분명한 한나라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는데 원하는대로 안됐다"며 당권 대권 분리 현행 유지 결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지사는 특히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에)가고 싶은데 안 불러주네. 국민과 당이 필요로 한다면 가야지. 지금은 아니라고 보는거 같네"라고 말해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반해 오세훈 시장은 대선 도전 의사 표명에 신중한 편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서울시청 출입기자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연말께 대선 출마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6만여명의 (서울시)직원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하겠느냐"며 "금시초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오 시장은 그러나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과 서울시 의회와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오 시장은 '국민연대' 출범식에서 "국민소득 4만달러, 5만달러를 향해 가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뛰고 또 뛰어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복지논쟁의 한복판에 있다"며 "야당이 제기하는 보편적 복지라는 새로운 복지개념은 성장 잠재력을 잠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정몽준 강연정치 방미활동까지…때를 기다리는 이재오

한나라당내 대권 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는 최근 강연 정치 등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거침없는 입장을 밝히면서 적극적인 입지를 세우고 있다.

올해 초 국제축구연맹(FIFA) 선거에서 탈락한 후 본격적인 국내 정치 활동을 선언하면서, 정 전 대표는 대권 도전을 이미 기정사실화했었다.

정 전 대표는 이후 지역 초청 행사와 대학 강연 등을 통해 대국민 접촉면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의 화살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큰 자산이지만, 동시에 아주 큰 '그늘'이다" "지금처럼 당 밖에 계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내년 국회의원 선거 때 참여해 도와준다고 하니 기쁘게 생각하지만 도와주실 거라면 당 공식기구에 참여해 도와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장춘초등학교 동기 동창인 정몽준 전 대표는 여권내 선두 주자인 박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상승 효과'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전 대표는 지난 3일 미국 LA 월셔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미주한인 정치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6일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강연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여권 정치인 가운데 향후 행보가 가장 주목되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이재오 특임장관이다.

당 주류로서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 장관이 현실 권력을 등에 업고 자신의 정치를 시작한다면 그 파괴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지난 1일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으로서 민심 이반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이번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꿔 해석하면 대권 도전의 길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간의 청와대 오찬 회동이 있던 지난 3일, 이 장관은 이 대통령이 초대한 6·3동지회 청와대 만찬 모임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박근혜 이재오를 두고 등거리 관리를 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1964년, 1965년에 일어났던 굴욕적인 한·일회담 반대 학생운동으로 1965년 군이 대학을 점령하고 위수령을 내렸고 드디어 저는 대학 제적과 함께 수배가 되었다. 제 인생의 갈림길이었다. 오늘은 군이 계엄령을 내려서 학생운동을 탄압한 그날. 47년 전이다"라고 적었다.

이 장관이 이처럼 인생의 갈림길을 언급하며 계엄령의 주체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려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듯한 메시지를 던진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 뭔가 비장한 결심을 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MB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필요하다면 박 전 대표의 대항마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표의 일방 독주 체제속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여권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