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일병 구하기
한나라 “이명박 자료 유출 권력기관 개입” 공세…범여권 “한나라당의 ‘이명박 구하기’는 공작정치”
총대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멨다. 강재섭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관련된 정보를 국가기관이 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범여권은 박물관에나 있을 구시대적 정치공작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면서 “날만 새면 언론을 통해서 하나씩 하나씩 이상한 것을 흘리면서 정치공작으로 대선을 이끌어 가려고 하는 그런 작전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으로 비춰볼 때 한나라당의 청와대, 금감원, 국정원, 국세청, 행자부, 건교부 등에 대한 ‘정치공작’ 의혹의 압박 가능성이 커, ‘권력기관 배후설’을 둘러싼 논란이 향후 대선구도에서 핵심이슈가 될 전망이다.
◇ “현 정부가 정권연장을 위해 정치공작” = 강재섭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회의에서 “국민들은 21세기 SF 영화시리즈를 보고 있는데, 범여권은 박물관에나 있을 구시대적 정치공작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면서 “날만 새면 언론을 통해서 하나씩 하나씩 이상한 것을 흘리면서 정치공작으로 대선을 이끌어 가려고 하는 그런 작전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시장의 부동산 의혹과 관련한 언론 보도의 배후에 권력이 개입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모든 자료는 권력이 유출한다. (권력은 자료를) 유출시켜놓고 다시 은폐하고 또 유출하고 은폐한다”며 “임기말이 되면 (유출과 은폐라는) 권력형 정치공작의 실체가 권력기관에서 시작되는데, 그 배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 정권이 무너지면 그 배후는 세상에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현 정부가 정권연장을 위해서 자기들의 후보가 만들어질 때까지 또 자기네들이 전열을 정비할 때까지 정치공작 찬스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금감원이나 국정원, 국세청, 행자부, 건교부 등 이런 정부기관이 아니고는 개인의 사생활, 남의 재산, 이것을 떼어볼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시중에 나돌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 대한 정체불명의 괴문서, 이른바 ‘이명박 X파일’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에서 제작됐다는 주장이다.정형근 최고위원도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주장해왔고 최대 치적으로 자랑하는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선거불개입이라는 헌정의 기본 원칙이 뿌리채 뽑혀나가고 있다”면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일련의 공세는 국가기관이 직ㆍ간접으로 관련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한발 나아가 “체계적인 협조가 없이는 얻기가 힘든 이명박 전 시장과 일가들의 부동산관련 특정 언론보도 등 야당 후보를 쓰레기로 만들려는 추잡하고 더러운 작업을 하는 비밀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의 수위를 높였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최근 이 전 시장과 관련된 출처불명의 괴문서들은 개별 의원들이나 언론의 통상적인 취재활동의 범주를 넘어서는, 도저히 특별한 경로가 아니면 입수하기 어려운 자료”라며 “현 정부는 최근 정권유지에 혈안이 되어서 자신들의 후보가 부각되지 못하자 마지막 수단으로 더러운 폭탄을 무차별 투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 공세는 이달 들어 큰형인 이상은씨와 처남인 김재성씨의 부동산으로 집중되고 있는데, 한나라당 지도부는 언론이 먼저 이 전 시장 친인척의 부동산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한 뒤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서 해명을 요구하는 식으로 공방이 전개되고 있다는 일종의 ‘공식’을 만들어 놓고 ‘정치공작설’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대답하라” = 한나라당 지도부는 그러면서 정치공작의 핵심으로 ‘청와대’와 ‘국정원’을 지목했다.
◇ 이명박 의혹 보도, ‘권력 개입 의혹’으로 논점 돌리나 = 한나라당이 이처럼 권력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자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범여권은 “한나라당의 이명박 구하기”라며 “이는 공작정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의혹에 홍역을 앓고 있는 한나라당이 ‘당선 가능성 1순위 대선주자’인 이 전 시장을 구하기 위해 모종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명박 X파일의 뚜겅이 서서히 열린 뒤 각종 의혹들의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비관적으로 흐르자 이 전 시장을 구하기 위한 대책으로 한나라당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물타기 수법’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박근혜측 “한나라당, 이 전 시장 구하기 비난 피할 수 없다” = 한나라당 지도부는 현재 ‘검증 공방 중단 요구’와 함께 ‘양 캠프 소속 의원에 대한 징계’ 입장을 천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측은 ‘환영’의 뜻을, 박근혜 전 대표측은 ‘반대’의 뜻을 밝혔다.
박 전 대표측도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이명박 구하기’에 대해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측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 전 시장의 처남(김재정씨) 재산 보유상태를 알지 못하고서는 본선에서 큰 낭패를 볼 게 틀림 없다”면서 “당 검증위가 요구하고 있는 이 전 시장 처남의 부동산 등 재산 실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종합상황실장인 최경환 의원은 “언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해명하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네거티브냐”며 “경선 과열에 대한 지도부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전 시장 구하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전 캠프측은 지난 6월부터 당 지도부와 경선관리위원회, 윤리위원회 등이 형평성을 잃어 심판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당의 최근 행동은 ‘이명박 구하기’에 가깝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실제로 당 지도부가 이명박 캠프의 회의를 일상적으로 주재하는, 즉 이 전 시장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경선과 관련된 모든 룰이 이 전 시장에게 유리하도록 조성되고 있다는 게 박 전 캠프측의 하소연이다.◇ 청와대 “‘청와대 지시설’ ‘공작정치’, 아무런 근거없는 주장” =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이와 관련 “‘공작정치’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거 독재시절에나 통하던 낡은 수법”이라며 “발상 자체가 넌센스”라고 반박했다.
홍보수석실은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의혹과 검증을 피해가기 위해 있지도 않은 잘못을 남에게 덮어씌워 관심을 돌려보려는 떳떳치 못한 의도가 눈에 보인다”면서 “위장전입ㆍ부동산투기 등 쏟아지는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남을 중상모략하는 것은 전형적인 구태 정치”라고 지적했다.홍보수석실은 또 지난 3일 글을 통해 “‘청와대 지시설’ ‘공작정치’ 등 아무런 근거없는 주장을 일부 언론들이 확대 보도하면서 한나라당 특정 후보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