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한나라당 선봉에 설 것”

이인제 ‘대권 삼수’ 공식 선언…“국민 여망 저버리기 어려웠다”

2008-07-06     최봉석 기자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서민과 중산층이 잘사는 사회 △일자리 만드는 대통령
3대 슬로건으로 내세워

[매일일보닷컴] 중도통합민주당(통합민주당) 이인제 의원이 지난 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들어갔다. 이 의원의 대권 도전은 지난 97년 15대 대선에서 국민신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하고,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패해 중도하차한데 이어 세 번째이다. 이 의원의 출마 선언은 통합민주당내에서 김영환 전 의원에 이어 두번째로 추미애, 김민석 전 의원의 출마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민주당의 경우 유력 대선주자들이 ‘결국은’ 지역적 지지 기반이 견고하고 조직을 제대로 갖춘 자신들을 선택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대통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인제, 추미애, 김영환 등 자체 주자들만으로 경선을 치른 뒤 막판에 후보 단일화를 시도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의원의 대선 출마에 따라 ‘범여권과의 대통합’ 과정에서 통합민주당 내 주도권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인제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민주당사에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가 큰 혼란에 빠지고 민생이 절망에 허덕이는 것은 중도(中道)를 일탈한 급진 노선이 국가를 경영한 필연의 결과”라며, “중도개혁주의의 깃발을 들고 혼란에 빠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연말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눌러 이기는’ 선봉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이인제 의원은 대선 핵심 공약으로 △기업하기 제일 좋은 나라 △서민과 중산층이 잘사는 사회 △일자리 만드는 대통령 △햇볕정책의 한단계 발전 △권력을 의회와 지방에 나누는 ‘이원정부제’ 등을 내세웠다.‘이원정부제’와 관련해선, 지난 6월27일 충청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노태우 대통령부터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말기에 탈당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은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쥐는 대통령제 권력구조에 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따라서 일부에서는 내각제로 바꾸자는 주장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데 나의 판단으로 순수내각제는 우리 현실에서 더 많은 부작용을 가져 오는 만큼 이원정부제가 최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또 △지식정보강국 △복지문화대국 △통일조국 건설 등을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통합민주당 위해 어떤 짐이라도 질 것”

이 의원은 출마선언식에서 대권 삼수의 당위성에 대해 “중도개혁주의 노선과 가치를 위해 비타협적인 투쟁으로 일관하였고, 그로 인해 정치 보복을 감내해야 했다”고 전제한 뒤, “나는 ‘다시 중도개혁주의로 부활하는 통합민주당을 위해 그 어떤 짐이라도 져야 한다’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범여권에서 진행하는 후보 연석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통합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서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특히 당 지도부가 최근 범여권 경쟁 주자인 손학규 전 지사와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는 것에 대해선 “대찬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중도개혁주의 본산은 통합민주당”이라며 “중도개혁주의를 지지하는 훌륭한 분들이 많이 합류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이 의원은 앞서 출마선언을 통해 “한나라당을 눌러 이기는 선봉에 서고 싶다”고 밝힌 만큼,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후보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그는 “기업가 정신이 질식된 탓에 극심한 불경기와 양극화, 실업 대란이 발생했다”며 “대운하나 열차페리가 없어 경제가 나빠진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운하, 열차페리 없어 경제 나빠진 것 아니”

또 그는 “지난 5년 동안 두꺼운 얼음 속에 갇혀 지내면서 나의 과오와 허물을 성찰하였고, 어떻게 하면 오늘의 혼란을 타개하고 우리 국민이 단결하여 지식정보강국, 복지문화대국, 통일조국의 미래를 건설할 수 있을까를 꿈꾸어왔다”며 자신이 한나라당의 대안임을 강조했다.이인제 의원은 지난 97년 대선에서 당내 경선에 불복하고 탈당한 뒤 독자 출마한 바 있으며, 지난 16대 대선에선 경선 과정에서 중도 포기했다.그는 이를 의식한 듯 “97년 당내 경선 당시 40대의 젊은 저로서는 독자 출마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기 어려웠고, 2002년에는 집권이 확실해진 급진 노선을 추종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탈당을 결행한 것”이라며 “구구한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며 원숙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에게 많은 허물이 있었고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국민의 뜻을 받들지 못했다”며 “부덕함과 능력의 부족함 때문으로,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상천 대표는 축사를 통해 “복합적 사정으로 정동영 후보 출마 선언 때 다녀온 뒤부터 우리 당 후보들 선언에 안 갈 수 없게 됐다”며 “이 후보의 앞길에 서광이 있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뼈아픈 기억 남은 광주에서 다시 시작”

이인제 의원은 출마선언 직후 광주 망월동 묘역에 들러 참배했고, 지난 6일에는 충북, 대전 지역을 방문했다.이에 대해 이 의원측 한 관계자는 “이는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광주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이 의원의 의지로 해석되며, 충북지역과 대전지역을 연거푸 방문한 것은 자신의 출신지역인 충청권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의 대선공약들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출판기념회에서 공개할 저서 ‘한라에서 백두를 보네’(부제 이인제의 비전과 철학)에 상세히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측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이 그동안 대선을 향해 많은 준비를 해왔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이 의원의 출마 선언은 통합민주당내에서 김영환 전 의원에 이어 두번째로, 추미애, 김민석 전 의원의 출마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