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 ‘노사갈등’에 “머리 아퍼”

직원 폭행문제 이어 개인평가제 도입 둘러싼 노사갈등으로‘잡음’속출

2008-07-06     류세나 기자

임직원간 사내폭행 문제와 개인평가제 도입 등을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하나로텔레콤이 연일 시끄럽다. 회사 임원이 직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논란이 일자 노조가 회사측에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임원실 집기를 부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에 회사측은 두 차례(6/26, 7/2)의 징계위원회를 열어 상당수 노조간부에 대해 해고를 비롯한 견책이상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결과의 정당성 여부를 두고 노사간에 팽팽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력구조조정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개인성과 평가제’까지 실시돼 노사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가고 있는 형국이다. 

노조 항의 방문에 사측은 ‘징계해고’

하나로텔레콤 노사에 따르면 노사갈등의 발단 격이 되는 사내폭행 사건은 지난 달 4일 영업전략회의 후 가진 회식자리에서  영업담당 최 아무개(50) 부사장과 조 아무개(41) 팀장의 언쟁으로 시작됐다. 목표달성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두 사람은 의견차이를 보였고, 이에 최 부사장은 조 팀장에게 밖으로 나가 남자답게(?) 한대씩 때리고 끝내자고 제안했고, 결국 양측의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같은 임직원간의 폭행사건은 회식참석자들에 의해 노조측에 전달됐다. 이에 노조측은 최 부사장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지난달 21일 영업채널본부장실을 찾았으나 마침 사건의 당사자인 최 부사장은 자리에 없었고, 일반 직원이 회사 간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개한 노조는 본부장실의 사무집기를 부수는 과격한 행동을 보이고 말았다. 이에 사측은 다음날인 22일 윤세홍 노조위원장(39)을 비롯한 노조간부 16명에게 징계위원회 출석을 통보했고, 지난 5일 이 중 12명에 대해 ‘주도적지시’ ‘집기파손’ ‘회사질서문란’ 등의 이유로 해고를 포함한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위원회의 결과에 대해 노조는 회사측이 임원의 직원폭행 의혹을 축소하고, 오히려 노조간부들을 대상으로 과도한 징계를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조 팀장과의 주먹다짐이 오고갔던 최 부사장은 ‘구두경고’라는 경징계를 받았다고 노조측은 전했다.이에 노조는 회사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사측이 구조조정을 위해 노조 무력화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에서 “누가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 감사 결과를 근거로 사건의 책임자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대신 노동조합에는 탄압의 칼날을 댄 것”이라고 주장했다.윤세홍 노조위원장은 “회사는 노동조합이 향후 있을 기업의 인수∙합병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기다렸다는 듯이 노조의 우발적 사고에 대해 징계를 강행했다”며 “이번 징계는 과거 80~90년대에 존재했을 법한 부당한 노동탄압이며, 부당한 징계”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 정양기 홍보차장은 “직원들 간의 주먹다짐은 어느 회사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회사 내 집기를 훼손, 파손시키는 것은 원칙적으로 징계위원회 회부대상으로, 폭행사건과 노조의 집기 파손은 별개의 문제로 봐야한다”며 ‘간부감싸기’, ‘노조무력화’의 움직임이 아님을 강조했다.  

하나로텔레콤 구조조정 본격화하나

또 이 회사 노사는 지난 3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개인성과점검’을 놓고도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텔레콤은 같은 달 27일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오는 10일까지 성과점검을 실시하겠다고 공지했다. 사측은 현재 직원자기평가∙팀장평가∙해당 팀장과의 1:1 코칭 등 개인평가를 진행 중이다.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시행 공지를 했다며 개인성과점검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간주, ‘조합원 행동지침’을 만들어 전 조합원에게 중간 개인평가를 거부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또 노조는 지난 달 27일 ‘회사는 일방적 인사제도 시행을 당장 철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단체협약 제26조(인사의 원칙)에 ‘회사가 인사제도 및 관련규정을 제·개정하고자 할 때에는 사전에 조합과 합의하여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인사제도의 일부인 개인평가 방법 변경시행에 대해 회사측이 일방적인 입장을 공지한 것은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신현재 노조 사무차장은 “매각을 앞두고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개인평가를 도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이미 연초에 공지된 사항”이라며 노조측의 주장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정양기 홍보차장은 “그동안은 업적?역량평가를 년1회, 11월말에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연말과 반기(半期)에 두 번에 걸쳐 개인 실적평가를 하는 것 뿐”이라며 “회사측에서는 매각에 따른 사원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다.그러나 신 사무차장은 “직원들은 생계가 달린 문제기 때문에 매각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있을까봐 큰 걱정들을 하고 있다. 차?부장급의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며 “대주주인 뉴브릿지컨소시엄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이기 때문에 매각설은 항상 있어 왔고, 직원들 모두가 ‘매각이 임박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설에 직원들 ‘불안불안’

이 같은 하나로텔레콤 노사갈등에 대해 노동계 일각에서는 임단협을 앞두고 단체협약갱신 조성 중에 있는 노사간의 주도권 싸움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회사측도 이번 개인성과점검을 임단협을 앞둔 ‘압박카드’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노조측도 집기파손 등의 행위가 우발적인 사건이긴 했지만 ‘노조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한 기싸움의 성격도 짙었다고 귀띔했다. 현재 노조는 윤세홍 위원장을 포함한 12명의 징계결과에 대해 징계위원회에 재심을 요구한 상태다. 징계와 관련된 최종 수위 결정은 재심요구로부터 2주 뒤 확정될 예정이다.